본문 바로가기

(2016-7)과학기술로 북한 읽기

기술혁신, 북한에서는 이렇게 한다 : 동평양화력발전소, 국가과학원 동력기계연구소, 분사 물펌프

기술혁신, 북한에서는 이렇게 한다 

    : 동평양화력발전소, 국가과학원 동력기계연구소, 분사 물펌프


(협)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 강호제






‘기술혁신’이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는가에 대한 이론은 크게 2가지가 있다. 과학기술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구할 수 있게 보장하면 자연스럽게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하나이고, 생산현장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자와 노동자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과정에서 기술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트랜지스터와 나일론의 발명이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라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서 일어나는 혁신은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기술혁신 스타일은 ‘현장 지향성'


북한의 경우 생산활동이 직접 진행되고 있는 생산현장에서,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에게 과학기술자들이 과학기술적 지원을 해주면서 기술혁신을 일으킨다는, ‘현장 지향성' 기술혁신을 추구한다. 즉 생산현장 중심으로 과학기술자들이 지원하는 형태로 기술혁신을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이처럼 생산현장을 중시하는 스타일이기에 연료, 원료, 기술, 인력 등의 자립을 추구하는 성향, 즉 자립성이 강해졌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경제발전전략을 수행하는 데 ‘선차과제이자 핵심고리’로 규정된 전력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동평양화력발전소에서 거둔 기술혁신 사례는 ‘현장 지향성’을 강하게 추구하는 북한식 스타일이 잘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술혁신이란 새로운 이론의 발견이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발명하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공정이나 설비를 약간만 고치는 수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전 시기 생산활동에 비해 생산능률이 높아져서 결과적으로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동평양화력발전소의 기술혁신 사례는 북한식 기술혁신의 전형


2016년 11월 로동신문에 소개된 동평양화력발전소의 기술혁신 사례는 북한식 기술혁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 동평양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기보다 자체의 힘으로 기술혁신을 해보려고 노력을 계속하였다. 하지만 과학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과학원의 뛰어난 과학기술자들에게 기술지원을 받아 단기간에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 기술혁신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이다. 즉 단순히 새로운 기술과 설비를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현장의 불합리성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자들이 기술적 지원을 해주어 짧은 시간 안에 기술혁신에 성공했다는 사례이다.

처음 동평양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여 고치려고 노력한 것은 증기터빈을 가동할 때 사용하는 냉각수를 재활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하 3m 깊이의 탱크에 모이는 냉각수를 지상 20m 높이 에 있는 탈기기로 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설치한 원심펌프가 지하의 습기로 인해 자주 고장나는 전동기 문제로 제대로 가동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냉각수는 화학직장에서 많은 시약과 노력을 들여 화학처리하여 만든 탈염수이므로 이를 재활용하지 못하면 전력생산 비용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노동자들은 ‘원심펌프’를 사용하는 대신 다른 방식의 펌프 즉 ‘분사펌프’를 사용하고 싶어 했다. 구조도 간단할 뿐만 아니라 전동기를 사용하지 않고 터빈에서 나오는 물이 갖고 있는 열에너지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전기 절약 효과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장노동자들이나 현장의 과학기술자들만으로는 과학기술 이론의 깊이가 부족하였다는 것이다.

이때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국가과학원 동력기계연구소’ 소속 과학기술자들이 현장을 찾아 부족한 과학기술적 지원을 해주어 분사펌프를 제작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나 설비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현장 로동자들의 착상을 과학기술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에서 연구사업을 심화시켜 나갔다.

현장에 파견된 국가과학원의 과학기술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사펌프의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물의 온도가 너무 높다는 것을 짧은 시간 안에 밝혀냈다. 그리고 최대한 추가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알맞은 물의 온도를 찾아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 방법도 현장 노동자들이 검토한 것이긴 했지만 새로운 동력원으로 사용할 물을 돌려쓴다면 탈기기의 수위가 낮아져 전반적인 공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추측하고 적극 추진하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반면 국가과학원의 과학기술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작동가능한 범위와 수치 등을 구해낼 수 있었다. 결국 현장 상황에 가장 알맞은 형태의 분사펌프가 제작되어 냉각수 재활용문제 해결은 물론 에너지 절감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동평양화학발전소에서 짧은 시간 안에 기술혁신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현장 노동자와 전문 과학기술자들이 생산 현장에서 긴밀하게 협력하였기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현장 노동자들의 아이디어를 전문 과학기술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을 비롯한 수준 높은 과학기술을 통해 실현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 참고 자료

“<에네르기보장을 경제장성에 확고히 앞세우기 위한 과학기술적대책을 철저히 세우자> 과학의 힘으로 담보한 전력증산방도”, 로동신문, 2016년 1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