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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동향 브리핑(이대 통일학연구원)

원심분리기의 공개와 연평도 포격의 의미 (2010년 11월 22일 ~ 2010년 11월 28일)

밀폐된 작은 유리 속에 좁은 틈으로 연결된 두 개의 방을 만들고 그 속에 모래를 넣은 것을 모래시계라고 한다. 모래가 들어 있는 방을 위쪽으로 두고, 비어 있는 방을 아래쪽에 두면 두 방을 연결한 틈을 통해 모래가 조금씩 흘러내린다. 모래가 흘러내리는 속도는 위쪽에 남아 있는 모래의 양에 따라 달라지지만 전체 모래의 양과 틈의 크기에 따라 모든 모래가 흘러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일정하다. 따라서 일정한 시간 간격을 측정하기 위해 간혹 모래시계를 사용한다.

지난 1120일 지그프리드 헤커(Hecker)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 의해 공개된 북한의 원심분리기는 남북 관계의 변화와 관련한 모래시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된다.

원심분리기는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면 경수로의 원료를 만드는 기계이지만 이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우라늄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고농축 우라늄(HEU)을 만들 수 있는 기계가 된다. 평상시에는 경수로 원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다가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핵폭탄 원료를 제조하는 장치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원심분리기이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에는 스스로 방사능 붕괴를 하는 물질인 U-235가 대략 0.7%밖에 들어있지 않다. 이를 원심분리기 속에 넣어 방사능 붕괴를 하지 않는 U-238U-235을 분리하여 U-235의 농도를 대략 3.5% 수준으로 만들면 북한에서 현재 건설하고 있는 경수로의 연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3.5% 농도의 U-235를 원심분리기에서 더 돌리게 되면 농도가 점차 높아져 90%이상까지 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라늄 핵폭탄의 원료인 HEU이다. 따라서 원심분리기를 좀 더 여러 대 연결시키고 가동시간을 좀 더 주게 된다면 경수로 연료를 만들 수 있는 장치는 핵폭탄 원료를 만들 수 있는 장치로 손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다.

U-235는 자연상태에서 계속해서 핵붕괴를 일으키는 물질이다. 이들은 일정한 질량 이하에서는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지만 일정한 질량을 넘어서는 순간, 연쇄적으로 반응을 일으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U-235의 임계질량은 대략 20kg이라고 한다. 따라서 90%이상으로 농축된 U-23520kg만 확보되면 이를 분리하였다가 원하는 시간에 둘을 합쳐줄 수 있는 장치에 넣어두기만 하면 핵폭탄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북한에서 공개한 원심분리기는 대략 2000기라고 하고 이는 1년 동안 40kgHEU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즉 현재 평화 모드로 있는 원심분리기를 전쟁 모드로 전환하면 6개월 만에 우라늄 핵폭탄 1개가 만들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과거 북한이 우라늄 폭탄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들의 근거는 대략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기술력 문제와 다른 하나는 원심분리기를 가동시킬 때 사용되는 전력문제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이번에 실물이 공개되면서 해결되었고 두 번째 문제는 원심분리기의 소비전력이 높지 않다는 것에서 간단하게 해결이 된다. 즉 원래부터 두 번째 문제는 오해의 산물이었고 우라늄 핵폭탄 제조 가능성은 첫 번째 문제만이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20kgHEU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량은 20kwh~24kwh 수준이다. 이를 남한의 전기요금에 비추어 계산하면(가정용 전기는 대략 1kwh100원 가량이다. 누진율 제외.) 2000만원~2400만원 수준이다. 이는 북한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제 특별한 계기가 주어지고 6개월 가량, 넉넉잡아 1년의 시간만 확보될 수 있다면 북한은 현재 개발해둔 플루토늄 핵폭탄에 이어 우라늄 핵폭탄까지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에 공개한 원심분리기는 6개월/1년짜리 모래시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모래시계를 돌리는 순간부터 6개월/1년 후면 북한은 우라늄 핵폭탄 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북한은 원심분리기 공개와 함께 연평도를 직접 폭격했다. 이는 군사, 안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반도 상태를 애써 외면하려는 남한 정부와 미국 정부를 자극하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지금 상태라면 군사, 안보 문제가 첨예하게 대두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원심분리기를 군사 모드로 전환하는 계기를 남한 정부나 미국 정부에게 전가시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북한의 전략에 말려든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