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기 제3차 4월 전원회의
에 대한 단상 2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20일에 북한은 '3차 전원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회의에서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이 수정되었는데, 그 핵심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제는 경제발전에 총집중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제 핵무기를 갖추기 위한 핵/미사일 시험이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에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시험장을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흔히,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도한 것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이건 첫번째 안건에 대한 것이고

두번째 안건에서는 어떻게 경제발전을 해 나갈 것이냐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논의되었다.

'과학교육을 급속하게 발전시키는 것'에 대한 논의인데

여기서 핵심은 과학교육이 아니라 '자력갱생'이란다. (이날 이후 출간되 로동신문 해설기사들이 계속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즉 자력갱생이란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혁명을 해나간다는 의미인데, 자신의 힘이란 핵무력을 뜻하고 능력이란 '과학기술'이므로 이를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과학교육'을 강조한 것이란다.

남북, 북비 정상회담을 앞에 두고, 다른 나라들과 분쟁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을 기대할 법한 시기에
'자력갱생'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건 어떤 이유일까?

이를 생각하면,
국제 제재 속에서 더 이상 못 견디게 되어, 다른 나라들에게 손벌리기 위해 대화의 장에 나왔다는 식의 평가는 우리의 기대를 드러낸 것일 뿐, 북한의 흐름이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평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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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태인 소장의 편지에 대한 짧은 의견

북한 산업의 문제로 '전기 소모량'이 많다는 것, 1950-60년대, '비날론'에 대한 이야기가 대표적인 건데, 일반화하고 있네요.

최근의 변화를 업데이트 하지 않아서 여전히 예전 상황이라 판단한 듯합니다.

자연/재생가능/에너지 이용과 에너지 효율은 세기가 바뀌면서 엄청나게 강조하고 있고, 관련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수준과 정도'를 이야기한다면 아직 멀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1950년대 수준은 아니겠지요.)

평가를 위한 자료가 없는 상태라 명확히 결론내릴 수는 없지만,
주체철 생산에 도입된 초고전력 전기로만 하더라도 전기소모량을 줄이고 작업 시간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 합니다.

(추가)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하던 날) 로동신문 기사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

우리 식의 산소전로에서 첫 출강 성과적으로 진행

황해제철련합기업소에서
당중앙위원회 4월전원회의 결정관철에 떨쳐나선 황해제철련합기업소의 일군들과 기술자, 로동자들이 자체의 힘과 기술로 일떠세운 산소전로시험에서 첫 출강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

황해제철련합기업소에 새로 일떠선 산소전로는 종전의 초고전력전기로에 비해 용해시간이 짧고 전극과 파철을 전혀 쓰지 않는다.그리고 산소열법용광로에서 끓여낸 주체철쇠물을 그대로 전로에 넣고 산소를 리용하여 강철생산을 진행하게 되여있어 전기로에 비해 적은 전력으로 높은 생산성을 보장할수 있다.또한 구조가 간단하며 로운영이 편리하다."

10년전에 개발된 초고전력 전기로와 산소열법 용광로를 합친 형태인 듯합니다.

초고전력 전기로는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V)과 높은 전류(i)를 공급하여 열손실을 최소화한 전기로이고
산소열법은 순수한 산소를 주입하여 열료가 한꺼번에 많이 발열하도록 만든 것인데

이 기술들을 더욱 발전시켜 이번에는 전기로에 산소를 주입하는, 결국 전기소비량도 줄인 '산소전로'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술적 발전들을 감안하지 않고 북한의 산업 전반이 전기소모량이 많다고 퉁 치고 지나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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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에는 국가 전체 전기 생산/소비/분배를 통제하는 '불야경'이라는 시스템까지 만들었습니다.
극심한 전기 문제때문에 분쟁이 발생한 것인데 이를 소홀히 할 리가 있을까요?

'불야경'과 같은 국가 전체 차원에서 전기를 조정하는 시스템이 우리도 있는데, 제대로 작동 안하고 있을 거라는 비판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대로 조정 못해서 전기가 나간 적도 있지요? 2011년, 이명박 때...)

계획의 일원화, 세부화도 세기가 바뀌면서 많이 변화된 듯한데..

자신이 공부한 것을 모두 끄집어내어 '긍정적인 마음'으로 제안하고 추천하는 것은 좋은데,

북한을 너무 얕보는 게 아닌지...

게다가 지금의 변화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한·미 군사훈련 연기 제안이 시발점"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건 너무.... (말을 아끼겠습니다. ^^)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1804302013035


Posted by woojuri
[3기 7차 전원회의] 단상 1

"임계전핵시험"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를 외부에서 인지했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는데, 들어보신분 있나요?

이건 핵 폭발을 완전히 진행하지 않고, 연쇄 반응 직전에 폭발을 차단하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불을 피우다가 마는 거지요.
그럼 핵폭발이 강하게 일어나지 않고(핵시험을 하지 않고) 핵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니, 핵 능력을 더욱 키울 수 있게 되는거지요.

이미, 반응을 중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핵 관리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를 할 수 있다는 건, 핵폭발 시험을 하지 않아도 핵능력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도 이렇게 하고 있지요)

또한 이럴 할 수 있다는 건,
슈퍼컴퓨터를 운영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도 되구요.

깨알 같은 한 줄, 한 단어가 삽입되어 있어서

핵시험장 폐기와 핵/미사일 시험 중단이 되었다 하더라도
핵능력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슬쩍 알려주고 있는 겁니다.
일종의 경고이기도 한 듯합니다.

여튼,
이번 결정문은 2016년 7차 당대회 결정문 만큼 충격적입니다.
게다가 7차 당대회 끝났을 때에는 모두들 제대로 의미 분석 안 하고, 볼 것없다는 평가만 내놓았는데, 이번엔 좀 다르게 분석할 듯 하네요.

북한의 과학기술, 과학기술 교육에 대한 집중.
이를 이제 어떻게들 분석할까요?
흥미롭습니다.

10년 전 즈음에 박사를 받고, 제 생각을 글로 많이 쓸 때,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은 군수/국방 부문의 인력/자원을 민수로 재배치하려는 것이다, 핵-경제 병진노선도 결국 국방비를 줄여서 외부의 요소투입 없이 자체적으로 경제발전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라는 주장을 많이 했는데
그때에는 대부분, 핵 개발/유지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경제에 무리가 많이 갈 것이고 결국 북은 더 어려워 질 것이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경제가 나아졌다는 '결과'를 본 후, 이전의 가설/결론을 확 바꾸어) 제가 이야기한 것처럼, 핵에 집중하면서 국방비가 줄어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네요.

어제 패북에 글을 많이 쓰는 북한 전문가도 이와 비슷한 결론으로 글을 쓰시네요. 북이 내놓은 정보가 많아질수록 제 생각(?)과 비슷해지는 사람이 많아지네요. ㅎㅎㅎ


Posted by woojuri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 내용을 보고 (2018.4.20)


이번 회의 결정에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핵시설 폐기만 있었던 게 아닌데 다들 이 부분만 보네요.

모두 3개의 의제가 있었는데.

1.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건설을 더욱 힘있게 다그치기 위한 우리 당의 과업에 대하여
2. 과학교육사업에서 혁명적전환을 일으킬데 대하여
3. 조직문제에 대하여

즉,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핵-경제 병진노선'을 끝내고 '새로운 전략'을 채택하고 이를 위해 '과학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전략'이란 '경제사업 우선' '경제사업에 총동원'인 듯하고,
'자력갱생과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추동력으로 규정하면서
'과학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이번 회의 결정입니다.

과학교육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가 상당히 강력한 것이라 제겐 이 부분이 더 중요해보이네요.

과학교육을 강조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교육사업에 대한 국가적투자를 늘이며,

"모든 당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이 과학교육사업에서 걸린 문제들을 하나씩 맡아 책임적으로 해결"하게 하네요.
이 정도로 집중 투자하는 데 성과가 없으면 큰일 날테니, 이번엔 뭔가 큰 변화가 기대되네요.
아마도 북한 스스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과학교육을 발전시키려 할 겁니다. 과거사가 되어가는 '핵'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라 기대가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이제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과학교육' 혹은 '과학기술' '교육'이 핵심으로 자리잡아야 할 듯합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다룰 내용이 많이 보이는데, 차츰차츰 글을 써보겠습니다.)


Posted by woojuri

2018년 신년사 분석


1.

2016년 7차 당대회 이후, 전체 정책적 기조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언급 순서나 내용은 큰 변화 없이 구성되었다. 


2.

올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보지 못합니다."


라고 하면서 '미국에 의한' 전쟁 가능성이 0%가 되었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아무리 핵을 휘두르며 전쟁 도발 책동에 광분해도 이제는 우리에게 강력한 전쟁 억제력 있는 한 어쩌지 못할 것이며 북과 남이 마음만 먹으며 능히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긴장을 완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이라는 문장에서도 한 번 더 쓰였고, 남한이 전쟁을 막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과 함께 나온다. 


전쟁 가능성이 줄었다는 건, 즉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넘어, 오랜 기간 전쟁을 대비해온 북한 경제 전반의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라 의미가 있다. 


대규모 경제 건설을 비롯 지상물 건립에 자유가 생길 것이고, 도로 확충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석유 관련 개발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 대비로 인해 비효율적인 사업 방식을 못 바꾼 대표적인 영역이니까.


3.

과학기술 부문 언급은 뒤쪽으로 대폭 밀렸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특별한 변화가 없어서 기존 정책 그대로 간다는 의미인 듯하다.  가장 우선 언급 대상이 전력/금속/화학공업/기계공업 등이므로 과학기술을 이들과 독립적인 것으로 처리할 수는 없으니 과학기술 우선이 뒤로 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자립경제 발전의 지름길은 과학기술을 팡세우고 경제작전과 지휘를 혁신하는 데 "있다고 언급하는 것과 경제부문 전반에서 '자립'을 강조하는 것에서 과학기술, 특히 연룐/원료/기술의 자립을 앞세우는 '주체과학'의 특징을 더욱 강조한 편이다. 


4.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구체적인 언급이 눈에 띈다. 법인세처럼 벌어들인 돈의 12.5%만 국가에 내고 나머지 처분권을 개별 기업이 책임지게 하는 등, 경제관리 방식의 변화가 최근에 많이 일어났는데 이의 집결체인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5. 

이전에 없었던 언급은 '핵무기 연구부문과 로케트 공업 부문'을 별도로 언급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되어다고 자찬하면서, "대량생산"과 "실전배치" 사업에 박차를 가하자고 선언한 대목은 2017년의 핵무력 확보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핵 개발을 계속한다고 경제가 계속 나빠질 것이라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공부를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다. 핵-경제 병진 노선에 의해 핵 부문은 이미 별도의 예산으로 독립되어 있기에 일반 경제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6.

2017년 미국과 대결을 '핵무력 확보'로 마무리한 다음이라 그런지, 미국에 대한 고려는 많지 않다. 대신 남한의 한계와 기대에 대해 많이 언급한 것이 특징이다. 

정권 교체가 되었지만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니 나아가 오히려 못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남북 대결 국면을 더욱 키우지 말고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데 남한이 일정한 역할이 있다고 언급한다. 

즉 하난도에 전쟁관련 외세를 더이상 끌어들이지 말고, 군사적 긴장을 더욱 키우는 일을 하지 말며, 긴장 완화/평화적 환경 마련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남북이 서로 접촉과 왕래, 교류의 폭을 넓혀 나가면 된다고 제안하고 있다. 

2017년 '적극적인 무대응' 전략을 버리고 '적극적인 교류협력' 제안을 한 것이다. 변화가 기대된다.


7.

2017년 말에 열겠다고 했던 만리마선구자대회를 10월 전원회의에서 철회했다는 게 드러났는데, 그 이유는 ''생존을 위협하는 제재와 봉쇄" 때문인 듯하다. 신년사 곳곳에 이런 말이 들어 있고, 전반적인 경제운용 방향이 '자립'이라는 점이 이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경제전략/정책을 바꿀 정도라고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전략(핵-경제 병진노선)이 제대로 된 것임을 확신하였다고 해야 한다. 



(그림으로 정리한 것 2개를 Tistory에 삽입이 어려워 뺐습니다. Facebook에서는 볼 수 있습니다.)

(신년사, 당대회에서 언급한 부문별 순서 그림) 


(2018년 신년사, 글 내용을 구조화시킨 그림)  

 



Posted by woojuri

북한 미사일 개발팀은 하나뿐일까?

: 북한 미사일 분석에서 빠진 ‘과학적 사고'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협)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


강호제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실패했다고 공개한 것은 단 1건이다. 2012년 4월에 발사했던 광명성 3호가 발사 직후 100여초 만에 공중에서 폭파되었다. 혹자는 일부러 공중 폭파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로동신문에 오류를 찾아 고쳤다는 이야기가 한 달 뒤에 나왔으니 실패한 건 맞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당시의 평가가 가관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 전문가들이 북한 인공위성 발사 전체가 실패한 것인양 이야기했고, 심지어 개발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벌을 받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 누구도 이를 ‘과학'의 이름으로 사고하지 않았다.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던 사람들은 ‘북한'적 현상에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사실, 인공위성 발사 시험과 같은 ‘빅 사이언스(Big Science)’에서 실패는 너무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북한처럼 실패한 흔적이 별로 안 나오는 경우가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공위성 발사체는 1개만 만들지 않고 최소 2개, 복수로 제작된다. 그래야 발사하다가 실패하면 남은 것을 통해 잘못을 수정하고 최종 완성단계로 진화시킨다. 우리나라의 나로호도 그랬다.

당시 필자는 이런 일반적인 과학 상식에 기초하여 북한 광명성 3호는 10개월 안에 재발사된다는 글을 써서 나름 언론에서 주목받은 적이 있다.(광명성 3호는 다시 발사된다 (프레시안, 2012.4.17)) 게다가 필자의 글을 읽은 ‘과학자' 선배가 20여년 만에 연락하여 나로호도 3개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반성의 말을 전했다. 인공위성 발사체를 연구하는 자신들이 너무 안일하게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과학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문 과학자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사고, 합리적 사고를 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는 못할지라도 참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있다. ‘북한'적 현상들도 일상적 사고, 혹은 합리적 추론을 통해 분석한다면 새로운 면이 보일 거라 장담한다.


북한 미사일 개발팀은 하나 뿐일까?


북한의 주장을 신뢰하는 사람이나 불신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범하는 실수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팀은 ‘하나’일 것이라는 막연하게 믿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팀이 한번 쏘고 그것을 개량, 발전시켜 그 다음 것을 쏜다는 인식이다. 즉 공개된 모든 미사일이 하나의 개발 프로그램 상에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니 “75일만에 이 정도로 발전시키다니 놀랍다”라는 평가나 “75일 밖에 개발 시간이 없었으니 미숙한 기술”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혹은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기술발전할 수 있는 경우는 없으니 외국에서 도입한 것이거나 베낀 것이라고 폄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1번부터 10번까지 미사일이 발사되었다고 할 때, 개발팀이 ‘하나’라면 1번 다음에 2번, 2번 다음에 3번, 하는 식으로 하나씩 시험/개발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발팀이 ‘4팀’이라면? 그렇다면 A팀은 1번, 5번, 9번 미사일을 담당하고 B팀은 2번, 6번, 10번 미사일을 담당하는 식이 될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1번~10번 미사일이 순차적으로 개발 및 시험 발사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A-1, B-1,C-1, D-1, A-2,B-2,C-2, D-2와 같은 서로 다른 4개 계열의 미사일이 시험 발사된 것이다. 물론 서로 다른 4개의 개발팀은 각자가 개발한 기술과 시험 결과는 공유할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개발팀이 미사일을 만들어, 시험 발사한다고 보면, 75일만에 기술진보를 이루었다는 평가는 너무 후한 것이고, 75일밖에 안 되니 제대로 된 기술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너무 박한 것이 된다.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주체가 군수공업부도 있고 국방과학원도 있는 등 적어도 2개의 집단이 시험발사를 담당한 것도 이런 추론이 합당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또한 북한의 과학기술 개발 역사를 보면, 같은 연구 주제를 최소 2개 이상, 보통 5개 가량 복수로 두는 경우가 많이 등장한다. 당연히 하나만으로는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할 수 없으니,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별개의 여러 조직들에게 같은 목표를 동시에 주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나라, 기업에서 쓰는 방법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북한도 이런 생각을 하는게 ‘당연'하다.

라남의 열풍이라는 소설에서 첨담 기계 개발 프로젝트를 5개의 서로 다른 단위에게 맡기는 장면이 나온다. 4개는 외국에서 기술을 이전해 오는 방법을 썼고 1개만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썼는데 결국 자체 개발한 팀만 성공했다고 소설은 끝을 맺는다. 태블릿, 일체형 컴퓨터 등 최신 IT를 만드는 기업도 1개만 있는게 아니다. 여러 기업이 서로 경쟁하듯 IT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미사일도 이렇게 여러 개발팀이 만들어졌을 것이라 간주해야 합당하다. 근데 몇 개일까? 지금까지 공개된 미사일들의 사양과 특징을 한꺼번에 나열해놓고 비교, 분석하면 찾을 수 있을 거라 본다.


공개된 미사일이 북한이 보유한 최첨단 수준일까?


김정은 체제에 접어들어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예전보다 더욱 잦아졌고 더욱 수준 높은 무기들이 공개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것이라 다들 공개된 미사일들이 북한의 최첨단일 것이라 짐작, 아니 예단한다. 과연 그럴까?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아직 미개발 상태, 수준 이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2015년 이후 공개된 미사일들은 절대 불가능한 수준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니 처음에는 공개된 것이 거짓이거나 조작이 섞인 것이라 추측했고, 이런 추측이 빗나가자 그냥 북한이 공개한 것이 ‘안간힘을 쓴’ 최첨단이라고 평가하였다.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는 합리성을 가장하면서,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게 배수진을 친, 마지못한 평가인 셈이다.

그런데 어떤 나라가 자국의 국방기술, 무기 체계를 모두 공개할까? 시합을 앞 둔 운동 선수가 시합 직전 연습 경기에서 전력을 다하는 경우가 있나? 수능을 앞 둔 수험생이 연습문제 풀이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게 맞나? 아니다.

최고 수준의 70~80% 수준에서 공개하고, 연습 경기를, 모의고사를 치를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수준도 이 정도에서 파악해야 한다. 열병식 때 등장했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이 많은 이유, 처음 공개된 것을 북한 사람들이 구식이라고 한 이유는 대부분 이런 이유로 설명이 된다. 공개된 것이 아무리 놀라운 수준이라 하더라도 최첨단은 아니다.

게다가 정말로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것이라면 이 정도로 실패 확률이 낮을 수는 없다. 아무리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고 아주 어려운 문제를 모두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개되지 않은 경우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그들의 주장일 뿐이니 아직 확실한 근거로 삼기는 부족하다.

이런 식의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 ‘가짜 탄두'를 썼다거나 너무 짧은 시간에 개발하느라 기술이 완전하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은 쉽게 할 수 없다. 미국 등의 ‘도발'이 심하니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여 이름만 15형으로 지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주장은 그냥 소설일 뿐이다.


화성 15형, 미국의 카드를 빼앗았다.


북한의 화성-15형도 북한 미사일 기술의 최첨단이 아니고, 75일 전에 시험한 미사일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준비해두었던 것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하지만 시험발사 성공 확률이 높은 미사일이 더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 ‘과학적’ 사고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선언대로, 공개된 미사일 수준들만으로도 북한의 핵탄두는 뉴욕 앞바다에서 폭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을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전까지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 불명확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의 카드가 줄었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진행하는 군사 훈련은 북한을 상대로 하는게 아니라 ‘미국의 대내용 카드’라고 해석하는 게 더 합당하다. 북한의 무기 수준이 이런 군사 훈련으로 막을 수 없게 되었으니.

보이는 것만 믿는 편협한 수준이나 보이지 않는 것을 무턱대고 믿는 황당한 수준도 ‘합리적'인 사고는 아니다. 북한의 고유함을 인정해주려다 북한에만 적용되는 논리가 너무 부각되면 ‘과학'적 사고에서 멀어지게 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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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과학기술자 인물 열전 - 최성 편 : ’2015년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 (국가과학원 정보과학기술연구소 소장, 45세)


(협)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

김정일의 “당의 과학기술중시로선을 철저히 관철할데 대하여” 발표 10주년이 되던 2013년 11월 13일에 개최된 ‘과학자, 기술자 대회'에서 2.16 과학기술상을 받은 대상 중에서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를 6명 엄선하여 좀 더 지원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이에 따라 2015년 최고 과학자, 기술자 6명이 2016년 3월에 발표되었다.

국가과학원 정보과학기술연구소 소장 최성은 박찬영에 이어 2번째로 거명된 2015년 최고 과학자, 기술자이다. 박찬영이 김일성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자, 기술자라면 최성은 김정일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자, 기술자라 할 수 있다. 그는 원래 ‘분산형 컴퓨터 조종 체계(분산형 조종 체계 Distributed Control System: DCS)’ ‘미래 102’를 개발한 연구자이다. 이번에 최고 과학자, 기술자로 선정된 이유는 ‘미래 102’를 활용하여 평양메기공장에 ‘통합생산체계'를 만들어 시스템의 안정은 물론 생산량까지 높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향메기공장은 ‘김정일의 유훈' 공장이라면서 김정은이 정상화에 공을 들인 곳이기 때문에 성과를 더욱 높게 평가받있다. 병에도 강하고 성장속도도 빠른 메기를 양식하자는 김정일의 제안에 의해 2002년 만든 평양메기공장은 양식업을 공업화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2014년 김정은은 이곳을 현지지도하면서 성과가 미흡한 것을 지적했고 급기야 자동화, 무인화 시스템의 1인자인 최성 연구팀이 2015년 투입된 것이다.


분산형 조종체계 ‘미래 102’ : 생산현장의 자동화, 무인화 체계


최성의 국가과학원 정보과학기술연구소는 원래 ‘공업정보연구중심'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에 세워진 것이었다. 당연히 김정일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후 ‘공업정보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15년 즈음에 ‘정보과학기술연구소'로 바뀐 듯하다. 이 연구중심/연구소는 생산현장의 자동화, 현대화를 활동 목표로 삼은 듯한데,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 무인화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였다.

2007년 설립 직후부터 연구소는 대동강타일공장과 만수대창작사의 현대화, 자동화 사업에 참가했고, 2012년에는 순천화학련합기업소, 강계포도술공장의 자동화, 무인화를 성공시켰다. 생산현장에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 생산성 향상 효과가 클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실행한 과학자들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약 10여명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북한 최고의 과학기술상인 ‘2.16 과학기술상'을 수상하였다.

‘미래 102’는 이들이 다양한 생산현장의 경험을 일반화, 표준화하는 과정에서 만든 분산형조종체계인데 2014년 말 즈음에 완성된 듯하다. 이전에는 매번 새롭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지만 미래 102가 완성된 다음에는 현장 상황에 대한 분석자료만 있다면 쉽게 통합생산체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연구소 주장에 의하면 7년 걸릴 작업을 불과 2개월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한다. 즉 시간 단축 효과는 1/40 가량이다. 비용도 외국에서 수입할 때에 비해 1/3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미래 102호를 완성한 후 담당 과학자, 기술자들은 ‘위성과학자주택지구’의 살림집을 받았고 ‘연풍과학자휴양소'에 다녀오기도 했다.

분산형조종체계의 장점은 고성능 설비가 아니더라도 복잡하고 규모가 큰 제어와 연산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슈퍼컴퓨터는 설비 자체가 고속 연산을 할 수 있지만, 분산형/병령형 시스템을 잘 구성하면 일반 PC를 가지고도 비슷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구성하는 일반 PC들의 성능에 맞게 할 일을 쪼개어 나누어 준 후, 결과치를 합치는 시스템을 구성하면 된다. 미래 102호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복잡하고 규모가 큰 생산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2015년 평양메기공장의 경우 19개 공정의 통합조종체계와 전력관리, 품질관리를 포함한 9개 부문에 대한 생산관리체계, 공장경영업무체계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CNC가 ICT기술을 활용하여 기계제작 설비를 자동화하는 것이라면 분산형 조종 체계인 미래 102는 생산공정 전체를 자동화, 무인화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성의 정보과학기술연구소 활동을 보면 북한 경제발전 전략의 특이점도 관찰된다.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생산현장 전반의 상향평준화를 지향하는데 미래 102는 이런 흐름을 가속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때 다양한 생산현장에 고급 기술들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본보기공장에서 도입 성공한 체계를 표준화, 일반화하여 다른 곳에 도입할 때 ‘이익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사회에서 흔히 보이는 기관 사이의 장벽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 북한 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기술을 평가할 때, 단순한 기술이 산업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없거나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최성 연구팀의 활동을 보면 이런 평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진 기술을 더욱 발전시킴과 동시에 확산시킨 결과 산업 전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말, 최성의 정보과학기술연구소는 10년가량 걸릴 수도 있는 15종의 공업용 첨단정보기술제품 개발과제를 100일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앞당겨 수행하여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의 축하문까지 받았다. 북한 경제의 변화를 선도하는 집단의 수장이라 2015년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로 선정되었다.



  • “만리마시대의 참된 보건일군들의 정신세계와 투쟁기풍을 적극 따라배우자” (2017년 4월 3일)

  •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첨단돌파전의 불길높이 충정의 200일전투에서 눈부신 성과를 창조하고있는 국가과학원 정보과학기술연구소 과학자들과 일군들에게 보내는 축하문전달모임 진행” 로동신문 (2016년 9월 16일)

  • “당의 과학기술중시로선을 결사관철하는 투쟁에서 발휘된 훌륭한 모범” 로동신문 (2016년 9월 21일)

  • “2015년 최우수과학자,기술자” 로동신문 (2016년 3월 13일)



[ NKTech.net 에 중복 게재 ]


Posted by woojuri

기술혁신, 북한에서는 이렇게 한다 

    : 동평양화력발전소, 국가과학원 동력기계연구소, 분사 물펌프


(협)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 강호제






‘기술혁신’이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는가에 대한 이론은 크게 2가지가 있다. 과학기술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구할 수 있게 보장하면 자연스럽게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하나이고, 생산현장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자와 노동자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과정에서 기술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트랜지스터와 나일론의 발명이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라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서 일어나는 혁신은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기술혁신 스타일은 ‘현장 지향성'


북한의 경우 생산활동이 직접 진행되고 있는 생산현장에서,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에게 과학기술자들이 과학기술적 지원을 해주면서 기술혁신을 일으킨다는, ‘현장 지향성' 기술혁신을 추구한다. 즉 생산현장 중심으로 과학기술자들이 지원하는 형태로 기술혁신을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이처럼 생산현장을 중시하는 스타일이기에 연료, 원료, 기술, 인력 등의 자립을 추구하는 성향, 즉 자립성이 강해졌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경제발전전략을 수행하는 데 ‘선차과제이자 핵심고리’로 규정된 전력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동평양화력발전소에서 거둔 기술혁신 사례는 ‘현장 지향성’을 강하게 추구하는 북한식 스타일이 잘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술혁신이란 새로운 이론의 발견이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발명하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공정이나 설비를 약간만 고치는 수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전 시기 생산활동에 비해 생산능률이 높아져서 결과적으로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동평양화력발전소의 기술혁신 사례는 북한식 기술혁신의 전형


2016년 11월 로동신문에 소개된 동평양화력발전소의 기술혁신 사례는 북한식 기술혁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 동평양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기보다 자체의 힘으로 기술혁신을 해보려고 노력을 계속하였다. 하지만 과학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과학원의 뛰어난 과학기술자들에게 기술지원을 받아 단기간에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 기술혁신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이다. 즉 단순히 새로운 기술과 설비를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현장의 불합리성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자들이 기술적 지원을 해주어 짧은 시간 안에 기술혁신에 성공했다는 사례이다.

처음 동평양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여 고치려고 노력한 것은 증기터빈을 가동할 때 사용하는 냉각수를 재활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하 3m 깊이의 탱크에 모이는 냉각수를 지상 20m 높이 에 있는 탈기기로 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설치한 원심펌프가 지하의 습기로 인해 자주 고장나는 전동기 문제로 제대로 가동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냉각수는 화학직장에서 많은 시약과 노력을 들여 화학처리하여 만든 탈염수이므로 이를 재활용하지 못하면 전력생산 비용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노동자들은 ‘원심펌프’를 사용하는 대신 다른 방식의 펌프 즉 ‘분사펌프’를 사용하고 싶어 했다. 구조도 간단할 뿐만 아니라 전동기를 사용하지 않고 터빈에서 나오는 물이 갖고 있는 열에너지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전기 절약 효과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장노동자들이나 현장의 과학기술자들만으로는 과학기술 이론의 깊이가 부족하였다는 것이다.

이때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국가과학원 동력기계연구소’ 소속 과학기술자들이 현장을 찾아 부족한 과학기술적 지원을 해주어 분사펌프를 제작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나 설비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현장 로동자들의 착상을 과학기술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에서 연구사업을 심화시켜 나갔다.

현장에 파견된 국가과학원의 과학기술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사펌프의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물의 온도가 너무 높다는 것을 짧은 시간 안에 밝혀냈다. 그리고 최대한 추가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알맞은 물의 온도를 찾아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 방법도 현장 노동자들이 검토한 것이긴 했지만 새로운 동력원으로 사용할 물을 돌려쓴다면 탈기기의 수위가 낮아져 전반적인 공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추측하고 적극 추진하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반면 국가과학원의 과학기술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작동가능한 범위와 수치 등을 구해낼 수 있었다. 결국 현장 상황에 가장 알맞은 형태의 분사펌프가 제작되어 냉각수 재활용문제 해결은 물론 에너지 절감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동평양화학발전소에서 짧은 시간 안에 기술혁신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현장 노동자와 전문 과학기술자들이 생산 현장에서 긴밀하게 협력하였기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현장 노동자들의 아이디어를 전문 과학기술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을 비롯한 수준 높은 과학기술을 통해 실현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 참고 자료

“<에네르기보장을 경제장성에 확고히 앞세우기 위한 과학기술적대책을 철저히 세우자> 과학의 힘으로 담보한 전력증산방도”, 로동신문, 2016년 11월 14일.



Posted by woojuri

북한 과학기술자 인물 열전 - 박찬영 편 : ’2015년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 1호 수상자 (전력공업성 중앙전력설계연구소 심사원, 80세)



(협)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 강호제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을 경험한 북한은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전략을 수립하였다. 특히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국방과학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여 스핀오프(spin-off) 전략을 기본으로, 전반적인 기술 수준을 높이는 방법으로 경제발전전략을 구성하였다.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전략은 2003년 10월 15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담화를 정리한 “당의 과학기술중시로선을 철저히 관철할데 대하여”로 구체화되었다. 2003년 10월 29일에 개최된 ‘전국 과학자, 기술자 대회'는 이러한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앞장서서 수행할 과학자, 기술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사였다.


2.16 과학기술상, 최고 과학자 기술자 선정

이 당시 제정된 ‘2.16 과학기술상'은 과학기술 부문 최고의 상으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 특출한 기여를 한 대상과제들과 개별적인 과학자,기술자들에게 수여”하도록 제정되었다.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 부문에서 연구된 새로운 발명, 발견 및 과학연구성과 가운데서 국내외적으로 인정된 과학연구성과, 국보적가치가 있는 과학기술도서, 사전 및 프로그람 등에 수여”하기 위한 상이었는데, 이는 개인 뿐만 아니라 ‘과제'를 특정하여 상을 주기로 계획되었다. 그리고 상을 줄 때에는  증서나 메달과 함께 상금(상품)을 주어 물질적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였다.

김정일의 “당의 과학기술중시로선을 철저히 관철할데 대하여” 발표 10주년이 되던 2013년 11월 13일에 개최된 ‘과학자, 기술자 대회'에서는 새로운 과학기술정책을 담은, “과학기술발전에서 전환을 일으켜 강성국가건설을 힘있게 다그치자”가 발표되었다. 김정일의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을 계승, 발전시키자는 김정은의 제안이었다.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를 선정하여 수상하는 제도는 이 당시 마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2.16 과학기술상을 받은 대상 중에서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 6명만 엄선하여 좀 더 지원하자는 제안이었다.


김일성 시대의 현장 과학자 박찬영

처음으로 선정된 ‘2015년 최고 과학자, 기술자'는 2016년 3월에 처음 선정되었다. 박찬영(전력공업성 중앙전력설계연구소 심사원)은 6명 중에서 첫번째로 소개되었다. 그가 기여한 “나라의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특출한 과학기술성과”는 백두산영청청년 1호, 2호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5심원 2중곡률 아치언제 설계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대상과제의 총설계를 수행한 것이다.

많은 양의 물을 가두어두는 댐(아치)에는 ‘중력댐 방식’과 ‘아치댐 방식’이 있다. 댐의 무게만으로 수압을 이겨내는 것을 ‘중력댐이라고 하고 댐의 모양을 아치로 만들어 힘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을 ‘아치댐’라고 한다. 박찬영이 도입한 것은 아치댐, 그것도 휘어진 정도(곡률)가 서로 다른 아치(2중곡률)를 5개(5심)로 구성한 상당히 복잡한 형태의 댐이었다. 이로 인해 콩크리트 양은 34만 세제곱, 굴착한 양인 24만 세제곱이나 줄였다고 한다. 즉 새로운 양식을 도입하여 막대한 자재와 노동력을 아끼면서도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했고 무엇보다 구조적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이다. 일반적으로 아치댐은 좁은 협곡에 주로 건설되고 양쪽에 튼튼한 암반이 있을 때 도입된다. 그런데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의 경우 좌우 폭이 굉장히 넓다. 박찬영은 중간에 개의 인공기둥을 추가로 건설하여 폭이 넓은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한다.

박찬영이 1호 수상자로 지명된 것은 중요한 과학기술적 문제를 해결한 것도 있지만, 상징적 의미도 있기 때문이었다. 2016년에 완공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처음에는 백두산선군쳥년발전소였다고 한다.)는 김정일의 유훈에 해당하는 것이었기에 이 성과를 기념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이 북한의 문화이며 가치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북한 경제의 가장 약한 부분이 ‘전력' 문제이므로 발전소 건설은 북한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무엇보다도 크기 때문에 포상에서도 우선 순위에 높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6년 북한 경제성장율 추정치에서 ‘전력’ 부문이 22.3%로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박찬영은 1950년대 초에 현장에 배치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현장 과학자’이므로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과학기술자 우대 정책, 현장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을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대상이었다. 1950년대 김일성은 과학자, 기술자들의 현장 지원활동을 강조하면서 그냥 수학문제 잘 푸는 수학자보다 댐의 구조를 잘 설계하여 자재를 아끼면서도 더 튼튼한 댐을 건설할 수 있게 해주는 수학자가 더 훌륭하다는 평가를 했는데 박찬영이 바로 그 사례에 해당하는 것이다.

박찬영은 이미 공훈설계자, 로력영웅 칭호를 받은 상태에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사업에 참가했고 백두산영웅청년 1호, 2호 발전소 완공을 기념하여 포상을 할 때 7000여명 중 유일하게 ‘김일성 훈장'을 받았다. 발전소 완공에 설계, 기술적 문제가 가장 컸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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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ojuri

20171106 - 식량난 해결의 기본 조건 : 물부족 문제 해결


(협)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 강호제

북한은 산간지역이 많아 농지가 매우 부족한 나라이다. 따라서 북한의 농업은 집약식이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형태로 발전했다. 높은 곳에 농경지를 만들어 전기로 물을 퍼올려야 했고, 비료와 농약 등 화학약품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았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 며칠 만에 1년 강수량(대략 800~1000mm)의 60~70%에 달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서 거의 대부분의 농경지가 망가졌다. 이때부터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졌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종료를 선언했지만 극심한 어려움만 극복했지 식량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이때부터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수립하면서 새로운 농지 정리 작업에 들어간 것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자연식 물길' 공사였다.

수해에도 견디는 힘이 강하게 함은 물론, 전기를 쓰지 않고도 물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수로를 정비한 것이다. 별도의 에너지를 쓰지 않더라도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자연식 물길'을 새로 개척한 것이다. 이런 대규모 토목 작업은 한꺼번에 할 수 없어서, 2~3년을 단위로 지역별 공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공사에 필요한 노동력은 군대에서 주로 동원하였는데, 부대별로 지역을 나누어 맡는 방식이었다. 또한 부대별로는 자연식 물길 작업에 투입되는 전담 단위(돌격대)를 만들기도 한 듯하다.

제일 처음 추진된 것은 1999년부터 시작해서 2002년 10월에 완공한 평안남도 지역의 ‘개성-태성호' 사이의 160km 구간 공사였다. 약 990㎢의 면적에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두번째 자연식 물길 공사는 평안북도 백마 저수지에서 철산 사이의 290㎞ 구간이었다. 2002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2005년에 완공되었지만 정상 통수는 2008년에서야 가능했다. 그만큼 어렵고 큰 공사였던 것 같다. 2006년부터는 황해북도 곡산, 신계, 수안 3개 군에 걸친 420㎢의 미루벌에 220km에 이르는 자연식 물길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되었다. 역시 약 3년이 걸려 2009년 말에 완공하였다고 한다. 이때까지 공사로 인해 총 670여개소의 양수장과 1,000여대의 양수기, 전동기가 없어졌고 대략 12만여 kW의 전기를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2016년 11월에 완공했다고 하는 ‘황해남도 자연식 물길 공사’는 2012년에 시작했다. 2015년과 2016년 초에  완공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지난 9월 홍수 피해 등으로 여의치 않아 이제서야 1단계 공사가 마무리 된 것이다. 이로써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도에 4개의 대규모 자연식 물길(관개수로)가 완성되어 에너지 소비가 적은 물관리 체계가 갖추어진 것이다.

2000년대 중반,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와 2.8비날론연합기업소 등의 정상화 이후, 비료생산 및 공급을 정상화하고, 단계적 자연식 물길 공사를 진행하여 에너지 의존도를 낮춘 물관리 체계를 갖춘 것이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회복된 이유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경제 발전을 막고 있던 고리들이 하나씩 풀리는 흐름이다.

2016년 2월부터 다섯번째 공사인 ‘청천강-평남 관개물길공사’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 참고자료

“서해곡창지대에 펼쳐진 천지개벽,황해남도물길 1단계공사 완공”, 로동신문, 2016년 11월 15일.

http://nktoday.kr/?p=11076

“기적창조의 지름길은 기술혁신 자강도려단의 일군들과 돌격대원들”, 로동신문, 2017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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