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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동향 브리핑(이대 통일학연구원)

좌회전 (2010년 8월 23일 ~ 2010년 8월 29일 )

여름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바람 방향은 하늘에서 내려보았을 때, 좌회전 방향이다. 태풍은 저기압이므로 주위에 있는 공기들은 태풍의 눈을 향해 빨려 내려가게 되는데 지구 자전효과에 의해 좌회전하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게 된다. 따라서 태풍의 눈을 향해 좌회전하면서 빨려 내려간 공기들은 태풍의 눈 속에서 솟아오르게 된다. 즉 한반도 주변의 바람이 지구 자전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분다면 좌회전하게 된다. 지난 주 한반도 주변에는 태풍 직전 단계의 저기압이 밀려와 좌회전하면서 엄청난 양의 비를 뿌렸다. 그리고 한반도 주변 관련국 정치지도자들도 좌회전하면서 엄청난 정치적 변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좌회전의 출발점은 북한이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어떤 예고나 징후도 없이 중국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하였다. 또한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곰즈를 데려오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였다. 또한 북한이 큰 물난리를 당했다고 하여 한적에서 인도적 대북지원을 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한반도 관련 주요국가들이 서로 만나면서 6자회담 재개의 긍정적 신호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새로운 변화의 시작은 중국이었다. 지난 주 우다웨이 특별대표가 북한을 방문하고 나서 한국, 일본 등을 연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미국도 1994년 1차 핵위기 당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던 카터가 방북하기로 하여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카터의 방북뿐만 아니라 클린턴 국무부 장관이 기존의 대북정책을 대폭 수정하기 위한 첫 단계로 새로운 대북 정책을 모색하는 회의를 소집하였다는 소식 또한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회의를 개최하는 목적이 기존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수정하여 개입, 관계모색을 타진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회의 소집 주체도 기존의 대북 정책 라인과 다른 쪽이라고 하여 변화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김정일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이 함께 만나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다시 선언하여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얼어붙은 한반도 주변 정세와 6자회담 재개 전망이 대폭 밝아졌다. 이들의 선언에 대해 남한과 미국이 호응하기 시작하면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서서히 풀려나갈 것이다. 태풍 때문에 피해가 속출할 수도 있지만 자연정화가 급속히 진행될 수도 있다.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처럼 끊임없는 방문과 접촉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