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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로 북한의 오늘과 내일 읽기

15. 4차 핵시험(2016.1)의 핵심 (계속 실패라는데 성능은 늘어나)

4차 핵시험(2016.1)의 핵심 (계속 실패라는데 성능은 늘어나)



강호제

(겨레나하 평화연구센터 소장)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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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 역설이란 게 있다.
"앞에서 기어가는 거북이를 뒤쫓는 토끼가 따라잡을 수 없다"
라는 역설로 유명한데, '무한'이란 개념으로 사람을 홀리는 기술(?)이다.

북한의 미사일, 핵 기술에 대해
미국이나 우리 국방부는 계속 '실패'라는 평가를 했다.
그 평가를 계속 들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한의 기술이 별로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실패라는 것은 사람을 홀리는 기술을 쓴 것이고
북한의 국방 과학기술 수준은 사실, 굉장한 수준에 올라섰다.

전쟁도 마찬가지같다.
너무 오랫동안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더니
이젠 큰일(전면전)이 없으면 전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전쟁이 일어날 것같다고 이야기하면,
호들갑 떤다, 쓰레기 언론에 당한다, 북풍이다
라고 역으로 꾸짖는다.

전쟁은
전면전만 전쟁이 아니다.
국지전도 전쟁이고,
전쟁 준비도 사실은 전쟁이다.
전쟁 계획을 세우고, 실행 연습을 하는 것도 사실은 전쟁이다.

미국이
한반도 정책을 새로 정검하면서
전쟁도 불사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난, 기겁했다.
전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데 아무도 말리는 사람, 꾸짖는 사람이 없어서.

1990년대 핵위기 상황엔
전쟁도 불사한다는 말에
안 된다고 미국, 북한 모두를 꾸짖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젠 그런 사람이 없다.

폭탄이 터지고 사람이 죽어야만 전쟁이 아니다.
전쟁을 하려고 마음 먹고,
타켓을 정하고,
전략을 세우는 순간부터
전쟁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
(칼빈슨이 놀고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가 전쟁 중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 올테)

(제논의 역설을 가지고 북한의 핵시험, 그리고 핵능력을 평가한 글을 2016년 1월에 썼던 글을 공유합니다.

지금 분위기면 조만간 핵시험을 또 할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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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뉴스가 대부분 그렇지만 관련 정보들이 실제 그대로의 사실(fact)’인지 나름대로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estimated value, reasoning value)’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특히 북한 관련 정보를 직접 접하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된 듯한 착각을 하게 하는 한국의 현실이 이런 구분을 더욱 어렵게 한다.


분명한 사실은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는 가공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오류를 유도할 수도 있다.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를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이후 추론과정이 얼마나 합리적이었느냐에 상관없이 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관련 문제는 오랫동안 정치, 외교, 군사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경제 문제이기도 하고 과학기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핵시험 관련 사안에서는 과학기술적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의미를 읽어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북한 과학기술정책사를 공부했던 경험을 토대로 핵시험에 대한 북한식 셈법을 추론하려 한다. 과학기술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믿을만한 정보를 분석한 후, 그 의미를 다양한 정치, 외교, 군사 등 차원에서 살피고 최종적으로 북한의 경제발전전략과 연결시켜 보려 한다.


분석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활용한 자료나 정보는 전적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에만 의존함을 밝힌다. 미국, 중국은 물론 어떤 누구도 북한이 공표하기 전에 시험 진행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언론에 공표된 정보만 활용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일이고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일반인이라도 합리적으로만 분석하여도 첩보 등 북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나 전문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리해본다. 실제 그대로의 사실만을.



실제 그대로의 사실


●  20161610시에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발표

● 20161610시 여러 관측소에서 인공지진 관측

● 2016161230분까지 최소 우리 정부는 핵시험 여부를 몰랐다.

● 이번 핵시험은 북한 정부가 인정한 4번째 핵시험이다.

● 대략 3년 주기로 핵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006, 2009, 2013, 2016)

● 수소탄을 언급한 최초의 핵시험



아무도 몰랐다.


드러난 사실 중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부분은 북한에서 밝히기 전까지 핵시험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아직은 명목상 전쟁 중인 국가 사이에서 상대방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군사, 안보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나 핵무기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시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반성해야할 부분이다. 북한의 핵시험에 대해서는 그 의도와 성공/실패 등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의 사전 탐지 능력에 대한 평가는 하나뿐일 것이다.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몰랐다는 점은 지난 1998831광명성 1' 시험발사 당시와 유사하다. 북한 당국이 94일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북한의 인공위성 시험발사(혹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알고 있었던 곳은 없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예상치 못한 인공위성 시험발사 2년 만에 북미 사이의 최고 수준의 협약인 북미 코뮤니케가 발표되었다. 서로 상대방 체제를 존중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약이었다.



숫자 신비주의, 과학기술 신비주의


보통 사람들은 정확한 숫자를 기반으로 추론하는 것에 대해 어려워한다. 또한 어려운 과학기술 이론을 기반으로 한 추론에 대해서도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방식의 추론에 대해서 과정은 무시한 채, 결론만 보려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만 보고 받아들이거나 그냥 무시하기 위함이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오면 좀 더 엄밀히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쉽게 결론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과 관련한 정보나 분석들은 숫자나 과학기술 논리 뒤에 의도를 숨겨두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숫자 신비주의 혹은 과학기술 신비주의라 할 수 있다.


이번 핵시험과 관련한 분석들도 이런 모습이 많이 관찰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핵시험의 규모에 대한 추산이다.


이번 핵시험과 관련하여 외부에서 유일하게 관측가능한 정보는 지진파와 관련한 정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180곳에 있는 지진관측망을 통해 이번 핵시험이 관측되었고 전세계 27개의 지진관측소(Seismic station)에서 지진파를 실시간으로 감지하였다고 한다.


관측된 지진파를 통해 1)관측시간과 2)지진파의 측정 강도를 알 수 있다. 여러 곳의 관측 시간을 분석하면 핵시험이 어디에서 진행되었는지 실험 장소를 추정할 수 있다. 이전의 3차례 핵시험 관측 경험까지 고려하면 꽤 정확한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그래도 추정이기 때문에 오차가 약간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오차범위는 1~2km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즉 골짜기 하나, 산 하나 정도의 오차 이내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측정한 지진 강도를 가지고 진원의 지진강도를 추정하고 그것으로부터 폭발력을 추정하는 부분이다. 핵시험 이후 대부분의 언론에서 측정한 지진강도가 아니라 진원의 지진강도 추정치와 이를 통한 폭발력 추정치를 마치 확정된 값인양 소개하고 있다. 이 추정치는 정확한 값이 아니라 오차를 포함한 값이므로 숫자 하나로 규정하기 보다 대략적인 값만 확인하면 된다. 아무리 지진강도의 추정이 정확하다고 하더라도 그 인공지진을 일으킨 폭발력을 추정할 때에도 오차가 생긴다. 제일 중요한 핵무기의 성능인 폭발력은 이처럼 2번 이상의 추정치를 구한 다음에서야 알 수 있는 값이라 오차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정확한 값을 추산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번 4차 핵시험과 관련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지진강도 몇, 폭발력 몇 kt이라는 값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값이다. 공개된 정보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지진강도가 4~5, 폭발력이 10kt 정도라고 하니 매우 강력한 무기가 시험을 통과하여 생산' 되었다고 판단하면 된다. 지진 강도에서 3 이상이면 일반 사람이 체감할 수 있고 5 가량이 되면 건물에 금이 가기도 한다. 국내에 있는 측정장비에는 대략 2.7이상의 감도가 측정되면 자동으로 경고신호가 발송된다고 하니 매우 강력한 인공지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히로시마나 나카사키에 터트린 핵무기, 즉 실전에서 사용된 유일한 핵무기의 폭발력이 20kt정도 였으므로 이것보다 약간 작은, 하지만 역시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 시험이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정치 이외에 핵무기의 종류, 즉 플루토늄, 우라늄, 수소(리튬) 중 어느 것이 얼마나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핵시험 이후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을 채집하여 분석해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핵시험장 근처가 아니라 그 곳으로부터 몇 백km나 떨어진 곳에서 이러한 방사성 물질을 채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 3차 핵시험 당시에는 방사성 물질 채집에 실패했다.


어떤 종류의 핵물질을 얼마나 사용하였는지는 물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핵무기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다. 북한에서 스스로 밝기기 이전에는 구체적인 내막을 전혀 알지 못하고 성공, 실패도 따지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최대치는 막대한 폭발력을 지닌 핵무기가 4번에 걸쳐 시험되고 그로 인해 강력한 인공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작은 폭발력이 작은 규모의 핵무기를 뜻한다면 미사일에 탑재하여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 경량화된 것이 시험에 사용되었다는 것까지일 것이다.



실패와 성공의 차이


북한의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시험에 대해서는 항상 실패'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정확한 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실패'라는 판단은 어떤 결론보다 빠르게 나온다. 이번 4차 핵시험도 마찬가지였다. 핵시험에 쓰인 원료는커녕 시험의 목표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실패'라는 말이 먼저 붙었다.


이처럼 북한의 첨단 군사 기술에 대해 실패'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논리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물체의 운동'을 부정하기 위해 매우 이상한, 하지만 반박하기 쉽지 않은 논리를 제시하였다.



제논의 역설


먼저 출발한 거북이를 뒤늦게 출발한 아킬레스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제논의 역설이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 잡으려면 출발할 당시 거북이가 있던 곳까지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 그 동안 거북이는 원래 있던 지점을 떠나서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그 자리에 없다. 첫번째 실패이다. 다시 그 다음 지점을 보고 아킬레스가 달려간다 하더라도 거북이는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간 이후이기 때문에 역시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두번째 실패이다.

이런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다 보면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제논의 주장이다. 실패라는 결론을 무한 반복하게 하면서 운동의 존재를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 제논의 목적이었다. 물체가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모두 우리 감각이 만든 착각이라는 것이다.



무한 개념


이러한 제논의 주장은 무한개념이 정립되면서 해결되었다. 제논의 역설은 무한개의 토막의 합은 무한하다는 설정인데 무한개의 토막을 합해서 유한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반박된다. 즉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순간이 무한번 반복되더라도 그 전체를 합한 시간은 유한하게 되어 그 유한한 시간이 지나기만 하면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결국 발빠른 아킬레스가 느린 거북이를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결론이 합리적인 것이다. 제논의 주장이 오히려 모순이고.


 

북한의 시험 결과에 대한 평가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 항상 제논의 역설과 같은 논리가 등장하여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북한의 모든 시험들이 실패로 귀결되도록하여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매 순간의 시험들을 통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였고 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누가 봐도 성공이라는 결론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인공위성 발사체(혹은 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처음에는 고도가 낮아서 실패라고 했다가 그 다음에는 1, 2단 분리가 안 되어 실패, 그 다음에는 인공위성이 궤도에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서 실패라는 식으로 계속 실패했다는 주장이 따라 붙는다. 시험 발사의 목표보다 높은 기준을 제시하면서 실패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모든 시도가 실패한 것처럼 만드는 논리인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은 것처럼,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체(혹은 미사일) 발사시험은 단 분리에 성공하여 대기권을 뚫은 수준의 고도에 있는 궤도에 인공위성(혹은 탄두)을 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계속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험은 계속 성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종 발사시험인 은하 3-2호에 대해서는 미국마저도 이례적으로 빨리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핵시험에 대한 평가


북한의 핵시험도 마찬가지이다. 핵물질을 추출한 후 무기화한다는 주장에 대해 충분한 핵물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주장부터 고폭장치가 개발 안 되었다, 경량화가 안 되었다, 핵융합기술이 개발 안 되었다, 다단계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는 역시 매번 평가기준을 높이면서 실패했다는 이미지를 덧입히기 위한 논리였다.


이번 4차 핵시험 발표 이후 북한이 수소탄 시험이었다는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아직 핵무기 기술의 최첨단에 해당하는 수소폭탄이 아니라 그 기술에 못미치는 증폭핵분열탄 수준이었다는 실패'의 이미지를 띠고 있는 평가인 것이다. 북한이 어떤 물질과 기술을 사용하였는지는 물론, 무엇을 목표로 삼은 시험을 수행했는지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실패'라는 결론만 앞세였던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이미 2006년에 위험 수준을 넘었다.


북한의 핵기술이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는 수소폭탄까지 도달했는지 안 했는지, 핵분열탄 제조 기술도 완성된 것인지 아닌지, 미사일에 탑재할만한 소형화, 경량화에 도달했는지 안 했는지 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 모든 판단은 북한에서 직접 내놓은 자료말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객관적으로 판단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북한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가 수소탄 기술을 사용하였고 경량화, 다종화 등을 추구하였다고 하니 부정할 논리적 근거가 없으므로 그런가보다 하고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긍정적으로 나와야만 북한의 핵기술이 위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다. 북한이 성공적으로 시험에 사용한 핵무기가 매우, 매우 위험하다는 것은 이미 구체적으로 증명되었다. 20061차 핵시험 이후 북한은 모두 4차례에 이를 외부에 보여주었다. 핵시험의 구체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매우 강력한 인공지진을 일으킬 가공할 만한 폭발력을 지닌 핵무기를 4번이나 안정적으로 시험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북한은 2006년부터 매우, 매우 위험한 무기와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핵무기 및 핵무기 제조 기술 보유국가가 되었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이다. 운전면허 시험에서 70, 80점이라는 절대평가 점수를 넘으면 합격인 것과 같이, 북한은 이미 그렇게 되었다. 운전면허 시험에서 99점인지 100점인지가 중요하지 않듯이 핵무기 제조 기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상당히 위험한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해야만 하는 것이다.



3년 주기로 프로그램이 확립되었다.


이번 시험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정보는 3년 주기의 핵 프로그램이 확립되어 다른 정책과 독자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핵보유국을 헌법에 명시하면서 핵물질 확보와 관련한 결정이 채택되면서 핵 프로그램이 확립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는 경제-핵 병진노선이 2개의 별도 프로그램이 병진적으로 추진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험과 시험의 차이


북한의 핵시험을 남한 언론에서는 한결같이 실험'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한 언어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앞에서 이야기한 부정의 이미지 덧씌우기와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험과 시험을 한글로 쓰면 한 획의 차이이지만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실험은 이론을 발견하고 가다듬어 나가는 과학연구 활동의 일환이고 시험은 구체적인 상품, 생산물을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는 활동이다. 즉 기존에 없었던 과학이론이나 주장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고 새로운 상품이나 생산물을 만든 이후 제대로 작동하는 지 살펴보기 위해 시험'을 하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정의 차원의 설명이 어렵다면, 그 활동의 결과가 성공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살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험'에 성공하면 과학이론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반면 시험'에 성공하면 그 시험에 쓰인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론의 생산을 위해 실험'을 하고 제품 생산을 위해 시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흔히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경제가 발전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즉 과학기술의 발달, 생산력 향상, 경제 발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모든 경로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선형모델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실제 과학기술의 발달 경로와 경제 발전 경로는 매우 복잡하고 여러 층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흐름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므로 하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과 시험을 구분하기 위해 선형모델을 활용해보면 이해하기 좀 더 쉬워진다.


과학자들이 고심한 끝에 이론'을 제기하면, ‘실험'토의'를 이어가다가 수정보완을 거듭한 끝에 최종적으로 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참으로 밝혀진 이론 중 일부가 생산현장의 필요한 곳에 도입되려면 여러번의 시험'을 거듭하면서 상품이나 생산 공정의 수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된 다음 최종 시험'을 거치면 새로운 상품이나 생산 공정이 완성되었다 할 수 있다. 여기서 실험은 과학 연구 쪽에 속해 있다면 시험'은 생산 쪽에 속해 있다는 것이 명확히 보인다.


실험과 시험의 차이는 영어로 번역하면 너무나 명확하게 구분된다. 실험은 experiment이고 시험은 test이다. 북한의 핵시험에 대해 남한 언론에서는 experimet라고 하는 핵실험으로 일관되게 쓰고 있지만 모든 영어 표현은 test로 표현된다.



미국의 대응 전략 : 전략적 인내, 무시, 유도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소개된다. 이는 201011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북한의 목적의 진정성’(seriousness of purpose)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조짐 없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어렵다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그냥 해석하기에는 북한이 바뀌려고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미국은 먼저 움직이지 않고 인내하면서 지켜볼 것이라는 뜻이다. 이말을 돌려보면 이제 미국이 노력한다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는 전략적 인내라기 보다 전략적 포기'라는 뜻이 더 정확할 듯하다.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동북아 질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하겠다는 속내라는 해석들이 있다.


사실 북한의 핵보유는 20052월에 선언되었고 200610월에 1차 핵시험이 진행되면서 실질적으로 증명되었다. 미국은 1차 핵시험이 진행되기 이전인 20059월에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1차 핵시험 이후에는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오히려 200812월 미군 합동군사령부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라고 명기한 보고서를 공개하였고, 2009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명히 발언하였다. 200952차 핵시험은 이제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비핵화 노력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20122월 북미 사이의 비밀 협상에 의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가 있었다고 나중에 알려졌지만 이는 공개되기도 전에 합의가 깨져서 무의미하다.


오히려 북한은 20124월에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보유국'을 명시하였다. 201313차 핵시험까지 진행한 북한은 20133월에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였고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결정이 채택되었다. 20134월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이 채택되었다. 이제 북한 핵관련 문제는 단순히 보유한 핵무기 해체나 핵물질 파악 수준을 넘어 헌법과 법령 등을 수정해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나가버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전략적 포기, 전략적 무시를 넘어 전략적 유도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차피 핵관련 활동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 바에야 핵무기 보유를 위한 활동을 유도하여 경제발전으로 국력을 돌리지 못하게 유도하자는 게 아닐까? 북한을 핵무기 혹은 핵무기 제조 기술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지금까지 북핵 협상은 비핵화가 아니가 핵 군축협상이 되어야 한다. 즉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전체 구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니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북한의 변화를 저지시키고 미국에 유리한 구도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2013년 북한의 핵 정책 : 경제-핵 병진노선


북한은 201313차 핵시험 이후, 3월 말에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핵무력을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이는 1962년 경제건설-국방건설 병진노선을 이어받은 정책으로 선전하는데, 핵무력은 포기하지 않고 이를 중심으로 군사조직을 다시 재편하겠다는 뜻이다.


1962년 경제-국방 병진노선은 제1경제와 제2경제 즉 민수 경제와 군수 경제를 완전히 둘로 나누어 경제 시스템을 운영하였다면, 2013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도 이와 비슷하게 민수와 군수, 특히 핵무력 부분을 완벽히 독자적으로 운영하려는 듯하다. 1962년 경제-국방 병진노선 채택 이후에는 국방 쪽이 더 우선되어 민수가 위축되었는데 2013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에서는 경제 즉 민수 쪽이 더 우선되었는지 경공업을 비롯한 인민생활과 직결되는 부분이 더욱 활성화되는 흐름이다.


예전에는 국방건설을 위해 우선적으로 동원되었을 군수 부분도 이제는 인민생활 향상, 즉 경제건설을 위해 더 많이 동원되는 느낌이다. 2013년 신년사부터 새롭게 등장한 군민협동작전'은 아마도 군수의 민수 전환이라고 하는 스핀오프(spin-off)의 북한식 번역어인 듯하다. 2002년부터 경제발전전략으로 자리잡고 추진된 국방공업 우선, 경공업-농업 동시발전 전략에 의해 우선적으로 발전된 군수 부문의 인력, 자원, 자금 등을 민수 부문으로 돌리는 활동을 군민협동작전'이라고 하면서 적극 추진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2013년 병진노선은 군수 중에서도 핵무력관련 부분은 계속에서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보장하고 다른 군수 부문은 민수 부문 활동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201510월에 처음 개최된 군수공업부문 생활필수품 품평회는 유모차를 비롯한 인민생활 필수품 생산에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가진 군수공업부문 공장들이 활용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고난의 행군을 끝낸 직후인 1998년에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챙긴 것이 과학기술 분야였다. 강성대국 건설 전략에서도 3대 기둥 중 하나로 소개되었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경제대국 건설을 위해 필요한 것이 과학기술이라고 하면서 중시되었다.


1998년 새해 첫 일정을 과학원' 현지지도로 시작하고 이 해를 과학의 해'로 선언하기도 하였다.

또한 장기 경제발전 계획은 마련하지 못하였지만 과학기술 발전 5개년 계획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4차에 걸쳐 계속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2002년 새로운 상황에 맞추어 정립한 경제발전 전략은 국방공업 우선, 농업-경공업 동시 발전 전략이었다. 1962년부터 별도 영역으로 독립시켜 보호 육성한 군수 분야의 발달한 과학기술 즉 국방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경제발전의 동력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군수의 민수 전략, spin-off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군사적 긴장 관계가 풀리는 것이 필요했는데, 북핵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계속 해결되지 않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2차 북핵 위기는 결국 북한의 핵무력의 확보까지 이어졌고 이는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환경, 대규모 자금 마련 등을 어렵게 하였다. 2002년부터 시행하려 했던 경제발전 전략은 2009년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었고 그 마저도 충분한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의 자력만으로 시행되었다. 20098월 첨단돌파 전략이라는 형태로 시행된 북한의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은 지연된, 한계가 많은 경제발전 전략이었다. 이는 결국 더딘 변화, 굴곡 많은 사업시행으로 이어졌다.


군사적 대결 상황을 종식 시키지 못한 결과, 북한 지도부는 핵과 운송수단 모두 완비하는 방향으로 결심을 굳혔고 이는 최근까지 4차 핵시험, 광명성 3-2호 발사까지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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