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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동향 브리핑(이대 통일학연구원)

남북 관계의 선순환을 위한 조건 (남북동향브리핑 2010년 1월 17일 ~ 2011년 1월 23일 )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4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남북 당사자와 함께 이들에 대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이 핵심 축에 해당한다. 물론 일본과 러시아라는 또 다른 축도 있지만 이들은 외부적 요인수준이 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핵심이라 이야기하기에는 약간 부족하다.

지난 주에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 의해 남한과 북한은 억지로 마주앉게 된 것은 최근 남북관계의 핵심이 남한과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미국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남북이 서로 대립의 각을 첨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통제력/주도력을 상실하였다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갖게 된 대화의 장에서 남북은 기존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선순환 고리로 옮겨타야 한다. 잠시 되돌아 생각해보면 남북 남계의 선순환 조건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우선 북한은 지난 연말에 저지른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일정부분 잘못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남북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하더라도 평화를 주장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기습적으로 포격을 감행한다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상대방에게 타격을 가하면서, 그것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가하면서 평화를 요구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물론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철저히 가리자는 요구를 제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미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다가 자칫 다른 부분들의 전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서로 적절한 배려와 협조를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

남한은 지금처럼 너무 엄격한 요구조건을 내세우면서 남북 대화의 진척을 막아서는 안 된다. 연평도 사건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이 문제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 문제와 금강산 관광재개, 개성관광 진행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으므로 일방적인 문제 해결의사만 밝히기보다 문제를 직접 풀려는 노력을 보여야할 것이다.

원래 한반도 상황의 핵심 문제점은 북미관계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상황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남북 관계만 대립 상태에서 약간 벗어나기만 한다면 북미관계의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해 초처럼 남한의 거부의사를 핑계로 북한과 대화하기를 꺼렸던 미국이 이제는 적극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2012년이 1년 앞으로 다가왔으므로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여 견인하기 좋은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남한의 변화를 위한 큰 결심이 모든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시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