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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2) 과학기술로 북한읽기 3

독일 한국학과 학생들에게 '북한의 이해' 수업을 하고 난 소감

독일 한국학과 학생들에게 '북한의 이해' 수업을 하고 난 소감

 

지난 주에 드디어 종강을 했다. 

2019.4월부터 대략 37명의 한국학과(전공 학생도 있고 부전공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에게 '북한의 이해'라는 제목의 강의를 진행했다. 

첫주 강의 방식, 목표, 과제, 평가방식 등을 소개하는 시간과 마지막 주, 빠진 내용, 학생들의 최종 평가에 대한 공유 등을 빼고 모두 10개의 주제를 가지고 PPT를 활용한 강의를 진행했다. 각각의 주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조사, 발표의 기회도 주었다. 자기가 직접 찾고 조사하면 좀 더 공부할 수 있을테니.

10개의 주제는 아래와 같다. 

<2019-Understanding of North Korea-list of Topic>

  1. Topic : The image of North Korea in Europe

  2. Topic : Relationship between North Korea and U.S.A. & Nuclear weapon of North Korea

  3. Topic : History of the Armed Struggle against the Japanese imperialists, Korean War (1950), Armistice and Now.

  4. Topic : Famine, Human Right, Arduous March of 1990’s (economic crisis), Collapse of Socialist States.

  5. Topic : Strategy for Development of Economy in 21st century, The Abil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especially in making weapons

  6. Topic : The Policy of Science and Technology, Self-reliance economy, Independence.

  7. Topic : Socialist economy, Planned economy, Instead of Capitalism, Market economy.

  8. Topic : Unitary Ideology System and (Supreme) Leader, Who is Kim Il-sung, Kim Jong-Il, Kim Jung-Un. 

  9. Topic : Society of North Korea, especially Nationalism, Collectivism, Mass Game Arirang

  10. Topic :  How/where to travel in North Korea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2번에 걸친 짧은 paper를 받았다. 첫번째 paper는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서술'하는 것이고 두번째 paper는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 구체적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떤 지점에서 공감하는 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paper를 받고,

나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한국학Korean Studies를 전공 혹은 부전공하는 학생들이라 북한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일반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는 완전히 착각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반적인 북한의 이미지, 즉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된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었다. 40명 가량의 paper가 거의 비슷했다. 굶주려 죽은 사람이 수백만을 넘어가고, 많은 사람들이 탈출하려고 애쓰는 나라, 김정은 등 한 사람의 '독재자'가 모든 사람들을 마음대로 다스리는 독재국가, 핵무기를 비롯한 살상무기를 만들어 자신들을 위협하는 나라, 대부분의 주민들은 '세뇌' 당한 상태이고, 지배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스럼 없이 죽임을 당하는 나라 등.... 한국에서 듣게 되는 북한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들은 대부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런 이미지를 자신들이 갖게 된 것은 정보가 부족한 탓이고 대부분의 미디어가 이런 이미지만 전해주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자신들이 글을 쓰면서, 너무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자각한 듯한데, 그 원인은 자신보다 '언론'에 있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이에 대해, 아무리 언론이 부정적인 이미지만 전해주었다고 하더라도, 그 부정적 이미지를 받아들인 것은 당신들이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들이 '합리'적인지 따지지 않은 것도 당신들이다. 다른 영역, 다른 주제에서는 그렇게 철저히 '논리적 추론', '합리성'을 추구하던 사람들이 '북한' 문제만 나타나면 '비합리적'이 되는 것이 더 문제다라는 말을 했다.

 

합리성 강조

 

그러면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슈피겔지의 온라인 기사를 보여주었다. 

국가 차원에서 진행한, 첫번째 정상회담에 대한 소개글에서, 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트럼프에 대해서는 'US-President'라고 직책을 정확히 썼는데 그 대화의 상대방인 김정은에 대해서는 직책인 'Chairman'이라 아니라 'dictatior' 즉 독재자라고 썼다. 이게 합당한 것인가, 공평한 것인가를 물었다. 그 순간 학생들의 입에서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자신들 혹은 자신들 사회의 공평하지 못한 모습을 인지한 후 나온 반응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KOREA의 한글 번역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한국'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South Korea는 뭐라고 써야 하냐라고 물으니, '남한'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Norht Korea는 북한이라고 하는 게 맞나? 라고 물으니, 당연하지 않는가... 라는 반응이었다. 

나는 North Korea의 정식 국호가 무언지 물었다. 딱 한 명이 DPRK라고 답했다. 그래서 여기서 Korea는 '조선'으로 쓰인다고 했다. 역시 짧은 탄식 '아~'하는 소리가 나왔다. 눈치가 빠른 학생이었다. North Korea의 입장에서 자신들은 북조선이라고 번역하지 북한이라고 번역하지 않는다. 또한 South Korea는 남조선이라고 부르지 남한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기는 독일이니, DPRK, North Korea와 같이 영문으로 표기하면 별 문제 없지만, 북한, 남조선이라고 쓰면 남북 각각이 서로 싫어한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름에조차 편파성이 들어가고 있다는 걸 이야기했고 학생들은 이를 잘 이해했다. (나중에 1~2명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항의(?)성 메일도 보내왔고, paper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오해를 유지하고 있었다.)

 

두번째 paper

 

두번째 Paper를 받고 보니,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설명한다면, 최소한 독일, 혹은 유럽의 '합리적 지성(?)' 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들은 거둬낼 수 있을 듯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식량난'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북한의 이미지는 '20년 전' 과거의 모습이고, 최근 북한의 경제는 당시와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20년 전 이미지'를 계속 우려먹는 언론의 모습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경제난 극복에는 과학기술 중시, 인재 중시, 그리고 연속 혁명 등과 같은 정책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또한 북미 사이의 오랜 역사에 비추어, 북한의 핵무장은 독재자의 호전성에서 온 것이기보다 핵무기 불사용을 선언하지 않는 미국의 영향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북미 사이의 관계를 알고,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의 의미를 알게 되니 북한의 핵무장에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는 이야기가 꽤 많았다.

또한 최고지도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최고지도자도 당세포 활동을 하고, 1956년 천리마운동이 시작되던 당시 김일성 주석이 '당중앙위원회의 위임'을 받아서 왔다는 이야기를 비롯, 여러 비서들을 포함한 '지도부 집단'의 토론과 합의 과정이 중요하게 취급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었다고 하였다. 

또한 매스게임을 영상으로 보고 나서, 북한의 집단주의 문화에 대해 '세뇌'라는 관점보다 또 하나의 문화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삶의 모든 부분을 지배자들에 의해 조종 당하는 이미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영상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충격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 나중에 돈 벌게 되면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의견도 꽤 있었다. (대학에 다니기 위해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기들의 생활비, 즉 50~100만원/월, 1000만원/년 수준의 돈이 그들이 만질 수 있는 최대의 금액이다. 따라서 1주일에 150~200만원 가량이 들어가는 북한 여행은 부담되는 금액으로 느껴졌을 듯하다.)

수업 첫 기간에, '북한의 이해'라는 수업의 목표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여행해도 좋은 나라'로 인식하게 되어 함께 수학여행(?) 가자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에 동의하게 되었다는 학생들도 여럿 나왔다. 

가이드 투어가 쇼윈도우식, 즉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되는 체제 선전용으로만 이해했는데, 낯선 땅에서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해 여행객을 보호함과 동시에 여전히 전쟁 중인 나라라서 외국 스파이(?)의 침입에 대해 북한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이해했다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사전에 여행 경로를 정해야 하지만 중간에 협의를 거쳐 바꿀 수도 있다는 것과 내륙 관광(최근에 중국 도문에서 육로로 함경북도 여행을 한 사람의 블로그를 보여주었다)도 가능하다는 것에, 북한 여행도 다른 나라 여행과 많이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여기까지는 한국 학생들의 반응과 비슷한 지점이 많았는데,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 반응이 있었다. 북한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라는 설명에 대해, 북한 사회의 여러 측면들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 상당히 많이 나온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이 부분의 차이도 잘 모를 뿐더라,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차이를 말해주어도 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독일 학생들은 이 차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쓴 학생들을 따로 만나게 되면 좀 더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었다. 

 

유럽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혐북, 북맹에서 온 듯

 

2018년 유럽은 유엔과 별도로, 독자적인 대북 제재 결정을 강화했다고 한다. 제재 항목도 2017년 유엔 제재 항목보다도 많다고 한다. 북한의 핵무장을 막고 평화공존.... 을 위한 목적 의식적 행동이기보다 그냥 그 자체로 내적 정합성을 따지는, 제재를 위한 제재라고 평가가 있다. 전쟁 당사자도 아닌 유럽에서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싸움을 더 부추기는 셈이다. 

그런데 한 학기 수업을 하고 나서, 학생들의 반응을 직접 듣고 보니 이런 유럽의 분위기는 충분히 바꿀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비록 30~40명 밖에 안 되는, 한국학 전공의 20~23세 정도의 학생들에게 1학기 수업만 진행한 결과이지만, '합리적 설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만큼, 유럽에서는 북한에 대한, 혹은 오늘날 한반도 정세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앞으로 유럽에서 내 활동은 2015년부터 한국에서 했던 일의 연속선 상에서 계속될 듯하다. 아니 그래야만 할 듯하다. 조그마한 변화의 조짐을 보았으니 이를 키워봐야지.... (그런데 한국에서는 학원 강의를 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여기서는 그게 없어져서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 수업에, 유럽에서 북한 바로알기(?) 운동을 해볼 생각을 밝히고 함께 하자고 했더니, 몇 명의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대답하였다. 그리고 한 학생은 꼭 함께 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달라고 독촉 메일(?)도 보냈다. 최소 1명 확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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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기서 북한 관련 강의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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