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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로 본 북 과학기술사(민족21 연재)

(민족21 2010년 7월호) 나의 공구함 갖추기 운동 : 작업방법의 효율화


(민족21 2010년 7월호) 나의 공구함 갖추기 운동 : 작업방법의 효율화


강호제 



2010년 7월호 : 

나의 공구함 갖추기 운동 : 작업방법의 효율화


1960년대 초 어느 날, 북에서 최초로 불도저를 자체 생산한 북중기계공장(오늘날 북중기계연합기업소)의 차의석작업반에서 생산협의회를 진행하였다. 


“지난 한 달간 우리 작업반원들 모두가 개인별로 ‘실가공카드’를 만들어 실가공시간, 각종 보조시간 등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를 모아 통계원 동무가 정리했습니다. 오늘 그 결과를 여러분들에게 발표하겠습니다.”

“네, 그냥 개인적 경험만으로는 그렇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막상 수치로 정리하고 나니 문제가 아주 심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실가공카드에 정리해주신 자료를 개인별, 기능급수별, 작업 공정별, 교대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 작업 시간인 8시간, 즉 480분 중에서 평균 180분이 낭비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려 37.5%에 해당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습니다.”

“네? 그렇게 많나요? 모두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는데...?”

“물론 작업 도중에 쉬면서 시간을 낭비한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야 도면을 읽는다고 많게는 30~40분씩 허비하였고, 작업소재를 선반에 거는 작업에만 1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작업에 필요한 공구를 찾으러 다니는 데 허비한 시간이 제일 많았습니다. 대략 평균 2시간은 필요한 각종 작업도구를 찾아다니다가 볼일 다 보았습니다.”

“아니 그런 걸 낭비요소라고 할 수 있나요? 작업하다가 보면 필요한 요소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누구 다른 사람을 시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소재를 선반에 올리기 위해서는 기중기가 와야 하는데 그게 빨리빨리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 거지…….”

“네 맞습니다. 그런 일들이 필요 없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런 일들이 계획성 없이 처리되다 보니 실제 소요되는 시간보다 많이 걸렸다는 겁니다. 그 결과 설비 실가동률이 떨어졌다는 것이고 그만큼 생산량이 오르지 못하였다는 거지요. 우선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그날 자신의 작업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다면 미리 도면을 읽어와 도면 요해시간을 줄일 수 있겠지요. 이렇게 하면 30~40분가량의 작업시간을 더 확보하는 셈이므로 약 6~8%의 생산량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소재를 선반에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도 미리 준비만 한다면 소요시간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보통 기중기를 불러온 다음 거기에 연결된 와이어를 가지고 소재를 묶기 시작하기 때문에 평균 70분가량 걸리지만 제가 따로 와이어를 마련해서 미리 소재를 묶어놓은 다음 기중기를 불렀더니 40분 이상 단축되었습니다. 여기서도 6~8%가 확보됩니다. 둘만 합쳐도 15%가량이네요.”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들도 분명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업도구를 찾으러 다니는 시간을 절약하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대부분 100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업반장으로서 여러분께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싶은 운동이 있습니다. ‘나의 공구함 갖추기 운동’입니다. 자신이 쓸 공구를 비롯하여 그날 쓰일 기구들을 모두 한 곳에 가지런히 모아두자는 겁니다. 개인별로 공구함을 갖추어놓으면 부족한 공구가 미리미리 점검되어 준비성이 좋아집니다. 게다가 자신의 작업대 바로 옆에 자신의 공구함이 갖추어져 있으니 더 이상 공구를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 없어집니다. 어떻습니까?”

“우와... 좋습니다. 개인별로 공구함이 생기면 작업장이 훨씬 더 정리정돈 되겠네요. 그러면 개인별 공구함뿐만 아니라 작업반 전체의 공구함도 만들죠?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구함을 한 곳에 깨끗하게 정리하여 항상 부족한 공구 없이 준비해둡시다. 돌아가면서 공동 공구함을 담당하면 부담도 별로 없을 겁니다.”

“자, 그러면 작업 방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고 공구함을 갖추기 위해 어떤 일들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따져봅니다. 이 방법은 어떤 혁신보다도 효과가 좋을 거라 확신합니다.”


이날 회의 이후, 작업반 전체에 ‘공구함 갖추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고 그 결과 보조시간이 180분에서 30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1인당 생산액이 1.6~2배로 늘었다고 한다. 

기술혁신이라고 하면 무조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 생각하는데 이처럼 작업 방법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도 기술혁신 중 하나이다. 오히려 생산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술혁신이 더 중요하게 취급되기도 한다. 게다가 작업방법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작업 공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직접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작업 공정의 어느 부분이 합리적인지 혹은 비합리적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대중들이 직접 참가하는 ‘대중적 기술혁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북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작업방법의 효율화를 더욱 중요하게 취급하였다. 

이는 오늘날 자본주의 나라 기업들에서도 자주 쓰이는 생산혁신 방안 중 하나이다. 얼마 전 비행기를 수리, 점검하는 업체는 작업공정의 효율화를 위해 작업장 전체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한동안 녹화한 다음,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작업 공정을 바꾸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비행기라는 큰 물체를 수리, 점검하는 작업장에 공구함이 한 곳에 몰려 있어 작업자들의 동선이 길어졌고, 그로 인해 작업의 효율도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작업 시작과 끝난 이후 뒷정리를 위해 추가로 더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었기 때문이었다. 해결책은 공구함을 작업장 여러 곳에 설치하는 것이었다. 당시 발표는 이러한 조치가 상당히 효과적인 조치였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 

작업 방법의 효율화는 한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업자도 바뀔 뿐만 아니라 작업 방법도 바뀌고 시장이나 경제 상황도 바뀌기 때문이다. 최적의 작업방법이란 매번 변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작업방법의 효율화는 북에서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의 기본으로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