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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동향 브리핑(이대 통일학연구원)

연평 포사격훈련의 이면 : 드러난 훈련과 드러나지 않은 훈련 (남북동향브리핑 2010년 12월 20일 ~ 2010년 12월 26일 )

현대전은 재래식 무기보다 첨단 무기들에 의해 승패가 결정된다. 물론 재래식 무기가 여전히 위협적이므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승패를 가를만한 것은 안 된다고 한다. 각종 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정보를 얼마나 잘 획득하고 분석하느냐, 그리고 더 효과적인 공격 수단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지난 달 기습공격으로 연평도가 포격 당한 후 이를 대비/만회하기 위해 우리 군은 주변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평도에서 포사격훈련을 시행하였다. 다행히 북한이 맞대응을 하지 않아 더 격심한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사건을 단순한 포사격훈련으로만 보기에는 현대전의 성격에 비추어 미흡한 점이 있다. 이번 훈련에도 당연히 포사격훈련뿐만 아니라 현대전의 성격에 맞는 훈련이 포함되었을 것인데 이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국군과 미군의 첨단무기들은 위성의 도움을 받아 위치를 표시해주는 GPS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이라크전에서도 미군이 사용한 대부분의 첨단무기들은 GPS를 바탕으로 운용되었다. 따라서 미군의 첨단무기에 대항하기 위해 당시 이라크군은 GPS교란장치를 활용하였다고 한다. 크기는 작지만 반경 100여 km 이내의 지역에서 GPS신호를 교란하여 무기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GPS 교란장치는 당시 미군을 상당히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라크전을 면밀히 관찰한 북한 인민군은 당연히 GPS 교란장치를 적극 활용할 준비를 하였다. 북한 인민군은 이라크군이 사용하였던 기계를 수입해서 역설계 방식으로 개량 발전시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도 한다. 이렇게 생산한 장치를 시험적으로 작동시킨 결과, 지난 8월 서해안 지역에서 며칠 동안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오작동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GPS 신호를 바탕으로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 오작동한 이유를 북한에서 발생한 방해전파 때문이라고 당시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밝혔다. 문제는 작동범위가 300여km나 된다는 것이다. 서해안이 거의 사정거리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이 늦었던 이유 중 하나로 북한 인민군이 포사격과 동시에 GPS 방해전파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 때문인지 이번 포사격훈련 과정에 GPS 방해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미군 지원병력이 20여명가량 참가했다고 한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상반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군 지원병력에 의해 GPS 방해전파가 차단되어 훈련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GPS 방해전파로 인해 우리 군의 무인정찰기가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과의 여부에 대한 것은 뒤로 두고, 이번 포사격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포사격 여부가 아니라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현대전과 관련한 양측의 공방과 관련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북한 인민군의 대응이 극심했고 주변국의 만류가 심했기 때문에 포사격내용이 많이 바뀌었으므로 이번 훈련을 포사격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을 듯하다. 반경 300km에 달하는 영향력을 자랑하는 북한 인민군의 GPS방해전파를 어떻게 차단하고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시험은 향후 군사전략 수립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것의 비중이 더 컸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보유하고 있는 무기의 전체 성능만 보면 우리 군이나 미군이 북한 인민군보다 월등이 뛰어나다. 하지만 핵폭탄 제조능력을 갖추고 있고 무기 운용에 필수적인 GPS신호를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북한 인민군은 상대하기 만만치 않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훈련으로 북한의 현대전 대응 능력에 대한 판단과 그에 대한 역대응 전략이 어느 정도 마련되었을 것 같다. 그 결과를 일반인들은 알 수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