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8-22) 과학기술로 북한읽기 3

핵무기를 가진 북은 핵무기로만 제압할 수 있나? 대화와 협상이라는 외교적 방법은 언제 쓸 건가?

핵무기를 가진 북은 핵무기로만 제압할 수 있나?

대화와 협상이라는 외교적 방법은 언제 쓸 건가?

 

미개발, 개발 중, 전면 실전 배치 직전 등

모든 단계에서

이유는 모두 달랐지만, 강압적인 방법으로, 핵을 비롯한 군사력을 써야/보유해야 북핵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가 있었다.

북핵에 대한 대안은 군사력에 의한 압박과 자금줄 차단이라는 강압적인 방법 밖에 없다는 논리가 있었다.

 

그런데 2017년 이후 북의 핵무력이 상당히 발전하여 보유 탄두수가 100개가 넘어간다는 추론의 결과도 역시 핵우산 확장으로 연결된다.

 

뭘해도, 북의 핵능력이 어느 수준이더라도, 더 강한 핵무력으로 북을 응징해야 한다는 결론 뿐이다.

 

너무 게으르다.

 

이 이야기는 어제, 국내 연구센터와 미국의 연구센터가 합심해서 발간한 보고서에 대한 내 나름의 평가이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핵탄두 수를 정확하게(?) 계산하여 100개를 훌쩍 넘기는 탄두가 이미 북에 확보되어 있을 거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핵탄두를 이기는 방법은 미국의 핵우산을 넓게 펼치는 것이 제일 싸고 좋다는 결론이다.

 

작년 민화협 1등상 수상작인 내 논문도 이와 같은 추론을 하였다. 북의 핵무력 개발 과정, 그리고 현재 그 수준을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추론하였다.

 

하지만 그 결론은 완전히 달랐다.

 

북핵을 평화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북 스스로 핵무력에 쏠린 힘을 분산시키는 것, 즉 민수로 전환시키는 것을 돕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이는 북한의 핵교리와 경제발전 정책에 포함되어있는 것이므로 북의 협조(협력적 위협강소 정책)를 얻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참, 같은 물을 먹어도 뱀은 독을 만든다고 하더만, 논리적 비약과 허약함이 많이 드러난 보고서였다. 북핵을 평화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찾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를 내놓은거다.

 

일단, 보고서를 서둘러 찾펴보니, 역시,

 

2008년, 6자회담의 결과로 마련된 북핵 무력화 3단계 합의 중 2단계까지 추진되어 확보된, 북한의 1차 핵시험에 사용된 핵물질의 양과 당시 확보되었다고 북한이 제시한 양이 인용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fact를 빼고 추론했다. 맞건 틀리건 핵탄두에 들어가는 핵물질 양과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 양을 추산할 수 있는 명확한 수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 논리적으로 치명적인 약점이다. (난 그걸 했다. ㅎㅎ)

 

또한

플루토튬과 우라늄 확보량만 몇 명의 핵과학자들 주장에 기대어 촘촘하게 추론하였다. 그런데 거기서 심각한 논리적 비약이 있다.

핵물질 몇 kg이 핵탄두 1개를 만드는 지 근거가 불충분하였다.

플루토늄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없고(아니면 내가 못찾았나? 깊이 숨겨둬서), 우라늄만 20kg이라고 했다. 1995년 핵확산 방지를 주장하던 NGO에서 정리한 보고서에서도 5~25kg이라고 했는데 너무 핵기술 발전이 느렸다고 본 거다.

6번의 핵시험과 임계전핵시험 능력까지 갖춘 북의 핵탄두 제조 기술이 1995년의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지금은 2021년인데?

 

더 황당한 건, 우라늄 농축 기술이 원심분리기 밖에 고려 안 된 것이다. 레이저를 이용하면 더빨리, 더 적은 비용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고 이런 기술은 2000년대 초반에 남한에서도 확보한 건데, 북이 이런 기술을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한 것도... 넘 게으른 추론이다. 북의 우라늄 보유량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 원천 물질도 풍부한데, 우라늄을 원심분리기만으로 농축했을까?

 

제일 중요한 건,

핵물질 확보량을 꼼꼼히 추산할 정도의 노력으로

핵가진 국가를 어떻게 상대해야, 싸움 없이 평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안 했다는 거다.

 

북한의 핵탄두가 이렇게 많으니, 우리도 질 수 없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도 그만큼이 핵탄두를 개발하거나, 정 안 되면 미국의 핵탄두라도 배치하자는 주장이다.

 

핵가진 나라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5대 상임이사국들과 어떻게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지, 아니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다른 나라에게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나라와 어떻게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지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튼, 열심히 추론했지만,

중간에 모순이 많고, 비어있는 곳이 많으며.

결론을 위해 필수적인 논리는 개발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핵탄두 몇 백개... 라는 말로 사람들의 주목은 많이 끌었다. (이것을 노렸다면 성공한거지만)

 

이런 보고서 발간 전에 중간 검토 안 하나?

민화협이 논문상 받은 내 논문을 좀 더 널리 알렸다면, 내가 발간전에 코멘트 해줬을 수도 있는데... 아쉽다. ^^

 

지금 미국에서 북핵 처리 방법을 두고 고민하고 있을텐데,

자신들과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서둘러 보고서를 발간한 아니겠지...

 

보고서에 대해 꼼꼼히 보고 제대로 반론을 써보려고 했으니, 너무 힘들어 (왜? ㅎㅎ) 지금 생각을 일단 남겨둔다.

 

그래도 아직은 이런 논문에 대해 제대로 반론을 해놔야, 다른 논리가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북핵에 대한 평화적 해결책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낼 수도 있을텐데... 별로 안 나오니 나라도... 쩝...

 

news.v.daum.net/v/20210413135506418?x_trk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