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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2) 과학기술로 북한읽기 3

북한-과학기술, 선입견에 빠져 보지 못했던 북한의 모습-201809-물리학과 첨단기술 -..

북한-과학기술, 선입견에 빠져 보지 못했던 북한의 모습-201809-물리학과 첨단기술 - 한국물리학회

 

북한과 과학기술이라는 단어의 조합을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헐벗고 굶주린 북한 사람들이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 부조화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최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MB)을 자체적으로 개발, 완성한 것만 하더라도 북한의 과학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음을 알 수 있을텐데 왜 북한과 과학기술의 조합은 낯설게 느껴질까?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작동했던 체제 대결의 논리, 즉 북한이라고 하면 모든 것을 반대하는 ‘반북' 이데올로기와 성가신 북한이라는 존재 자체가 혐오스러워 보이는 ‘혐북'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렸기 때문인 듯하다. 

 

북한 사람들의 헐벗고 굶주린 이미지 그 자체는 거짓이 아니다. 다만 벌써 20년도 더 지난 옛날 이미지라는 게 문제이다. 1990년대 중반의 북한은 말 그대로 내우회환을 혹독하게 겪었고 그 결과로 북한의 경제는 형편없이 나빠졌다. 하지만 강산이 2번도 더 변할 수 있는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당시 북한의 경제난은 거의 극복되었다. 그리고 탄력을 받은 북한 경제는 완만하지만 꾸준히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남과 북은 65년동안 전쟁아닌 전쟁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니 화해와 평화보다는 반목과 질시, 대결 의식이 남북 사이에 더 많이 가로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런 체제 대결 의식은 우리가 북한의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보는 데 방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라는 이미지가 선듯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사실 북한은 해방 직후부터 과학기술을 강조해왔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왔다. 1946년 해방 직후 처음으로 소련에 유학생을 파견할 때, 과학기술을 제대로 알아야 진정한 공산주의자, 애국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김일성의 연설 모습이나 과학기술자라면 출신 성분이나 사상적인 부분의 문제를 대부분 눈감아 주면서 포용해주는 정책을 펼쳤던 김일성의 모습,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이후 과학기술자들을 우대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과학기술을 앞세우는 정책을 직접 챙기는 김정일의 모습은 이데올로기를 앞세운다는 기존의 이미지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김일성, 김정일의 발언들에서 50% 이상이 과학기술과 관련되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북한의 과학기술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비록 국방 부문에 치우쳐 있긴 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 오늘날 북한은 첨단 과학기술력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ICBM은 전 세계에서 10여개의 나라만 생산에 성공한 것이고 SLBM은 5개 정도의 나라만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들은 초정밀 기계제작 능력과 정밀 유도 능력 그리고 고출력 엔진과 연료 제작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 다른 산업에 연관된 기술이 많다. 따라서 이들 기술이 민간 기술, 즉 일상 생활과 관련된 영역으로 이전된다면 북한의 경제 발전은 폭발적인 양상을 띨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앞선 국방 과학기술을 농업과 경공업을 비롯한 민수 영역으로 이전시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200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이었다. 그리고 국방 과학기술의 민수 전환, 즉 스핀 오프(spin-off)의 대표적인 사례로 2009년부터 공개하고 있는 것이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이다. 컴퓨터를 통한 수지조종장치, 즉 컴퓨터로 제어하면서 정밀하게 기계를 제작하는 기술이 CNC인데 이와 관련한 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했다고 선언하면서 이를 토대로 전반적인 경제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 2009년부터 등장한 ‘첨단 돌파 전략'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예로 거론되는 스마트 팩토리에서 컴퓨터로 조종되는 로봇이 제품을 만드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 바로 CNC기술이다. 생산현장의 현대화, 자동화, 무인화라는 북한의 최근 목표가 이 기술을 토대로 실현되고 있다. 만일 자금과 원료, 인력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제품 생산 시간이 더 빠르면서도 손실율이 더 적으면서 높은 품질로 균질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어 생산량 증대가 이전가 다른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다.

 

북한 경제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끌 또 하나의 기술은 바로 A.I. 즉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다. 패턴이 있는 간단한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봇bot'이 일종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또한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여러가지 알고리듬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발달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술주도 기업들은 스마트 홈을 넘어 스마트 시티를 향해 집중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인공지능 기술은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문서 인식, 음성 인식 기술을 개발해왔고 최근에는 안면 인식 기술도 상당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주차장에 들어갈 때 자동으로 자동차 번호를 인식하는 시스템도 10여년 전에 북한 기술이 활용되어 개발된 것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에 열린 국제 안면인식 기술 대회에서 북한이 상당히 높은 등수를 차지한 것도 A.I. 업계에서는 그리 놀라운 뉴스가 아니라고 한다. 

 

북한 과학기술은 다른 나라와 달리 독특한 특징이 하나 있다. 오랫동안 지식을 위한 지식, 상아탑 속의 과학을 거부하고 생산현장과 긴밀하게 결합된 과학,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추구해왔다. 현장 지향성이 강한 이러한 북한의 과학기술은 일반적인 추세를 따르기보다 북한이 놓여 있는 상황에 긴밀하게 반응/대응하면서 발전해왔다. 석유가 많이 생산되지 않고 석탄이 많은 국내 자원분포의 특징에 맞추어 석유화학공업보다 석탄화학공업을 발전시켰고,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코크스를 사용하지 않는 제철방법을 계속해서 발전시켜왔다. 심지어 ICT기술도 공장 자동화, 무인화나 통합생산체계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였다. 

 

CNC기술과 ICT기술이 북한식 과학기술 스타일로 발전한 결실이 ‘미래 102’라는 분산형 컴퓨터 조종체계라 할 수 있다. 이는 국가과학원 정보과학기술연구소 소장인 최성이 주도하여 만든 것인데 생산현장의 자동화, 무인화를 실현하는 핵심 솔루션이다. 그는 대동강타일공장과 만수대창작사, 순천화학련합기업소, 강계포도술공장 등의 현대화, 자동화 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분야별, 규모별로 규격화, 표준화시킨 ‘미래 102’를 만들었다. 최성은 이것을 사용하여 평양메기공장의 자동화, 무인화를 성공시켰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매년 최고 과학자, 기술자 5~6인에게만 부여하는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로 선정되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미래 102를 사용하면 7년 정도 걸릴 작업을 단 2개월만에 끝낼 수 있다고 한다. 비용도 이전에 비해 1/3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생산현장의 자동화, 무인화, 생산조종체계 도입 등이 빠르기 진행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이러한 과학기술적 뒷받침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과학기술을 통한 국방력 강화를 이어, 생산력 강화를 넘어 교육 수준의 강화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최근 북한의 변화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연결고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여 북한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전쟁과 대립을 끝내고 평화와 화해, 공존의 눈을 떠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첨단 과학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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