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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동향 브리핑(이대 통일학연구원)

북한의 핵 (2010년 11월 08일 ~ 2010년 11월 14일 )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로 ‘이중용도 물품’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가 있다. 군수 물자 생산과 직결될 수 있는 물품이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런데 개념상으로만 보면 이런 구분이 언뜻 명확한 듯하지만 실제 현실과 연결시키면 명확성이 대폭 약화된다. 대부분의 물품들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군수/민수 구분이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CDMA, 인터넷, 전자레인지, 레이다 등 현대 생활에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술과 물품들이 원래는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가 용도가 확장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중용도 물품이라는 개념은 말의 늬앙스에 비해 주관성이 상당히 강해진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 차원의 경쟁력이 있는 기술은 단연코 미사일 제작 기술과 핵 관련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미사일 제작 기술은 사정거리가 몇백 km 수준을 넘어 수천 km 수준까지 개발되어 있고, 핵 관련 기술은 소규모 핵탄두 제조 기술을 넘어 최첨단에 해당하는 핵융합기술까지 개발했다고 선언하는 수준이다. (아직 핵융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지만 핵융합기술을 개발했다고 선언하던 시점에 휴전선 근처에서 특이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기는 하였다.)

미사일 제작 기술은 기계제작 능력의 최첨단 수준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는 각종 생산설비들의 정밀도나 성능을 높이는 것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2차 인공위성 발사 시험(2009년) 이후 북한 지도부는 이를 생산현장에 적극 적용하여 생산설비의 현대화, 자동화, 즉 CNC화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 속도는 CNC화의 추구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구분될 것이라 예상된다.

그렇다면 역시 2009년에 시행된 2차 핵실험 이후, 핵관련 기술은 어떤 식으로 경제발전 전략에 활용될 수 있을까? 핵관련 기술이 민간 경제에 활용될 수 있는 부문은 아주 많다. 우선 방사능 물질을 잘 다룰 수 있게 되면 비파괴 검사가 쉬워진다. 투과력이 높은 방사선을 활용하여 건물이나 물건들의 정밀한 부분까지 검증가능하게 된다. 또한 방사성 동위원소(원자 번호는 같고 중성자 수만 다른 물질. 물질의 속성은 같지만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분자 수준의 물질 이동 경로 등을 추적하기 쉽게 해준다.)를 잘 활용하면 각종 연구가 정밀하게 수행될 수 있게 한다.

이런 부분적인 활용보다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활용은 원자력 발전일 것이다. 대체 에너지가 제대로 개발되지 못한다면 석탄, 석유 자원이 고갈되는 20~30년 후에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석유 탐사 능력의 발전으로 인해 석유자원 고갈 시점이 계속 늦추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석유자원에 의존하는 발전 시스템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지금 시점으로는 원자력에 의한 발전 시스템이 강력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물론 핵 발전과 관련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발전해야 한다는 조건은 있지만.)

특히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관련 물질, 즉 우라늄 매장량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즉 핵관련 기술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높여준다. 북한 지역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최근 시점만으로도,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은 북한 이외의 모든 지역에 매장된 매장량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다. 향후 석유 발전의 시대가 저물고 원자력 발전 시대가 도래한다면 북한은 현재의 중동 지역 국가들처럼 우라늄 수출만으로도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막대한 발전 자원을 보유하고도 현재의 극심한 전력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는 군사, 안보적 차원 말고 경제적인 이유로도 계속해서 핵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싶을 것이다. 미국의 불가침 약속도 중요하지만 전력난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북한 지도부가 핵관련 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북한은 경수로 발전소를 자체적으로 짓고 있다는 것을 미국의 저명한 핵 과학자를 통해 외부로 밝혔다. 작년에 경수로 발전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 이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대부분 군사, 안보적 차원에서만 처리하고 있다. 문제를 이렇게 접근해서는 북한 핵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관련 기술을 개발하여 경수로를 자체적으로 짓게 된 상황은 군사, 안보적 차원도 물론 컸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해결되지 않는 전력문제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제네바 핵합의와 같이 핵의 평화적 이용, 즉 전력 생산 차원으로도 대안을 제시해야만 북한의 핵관련 활동이 줄어들 것이다.

북한이 핵의 군사적 활용으로 박차를 가하게 된 계기가 부시 정부 당시 발전용 중수 제공이 중단되었던 것이었음을 상기하면 북한의 전력난 해결을 위해 대안을 마련해야만 궁극적으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