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기술로 북한의 오늘과 내일 읽기

1. 북한을 이해하는 프로토콜, ‘과학기술'

북한을 이해하는 프로토콜, ‘과학기술'



강호제

(NKTech.net 큐레이터,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정보통신 관련 기술용어 중에서 프로토콜(protocol)이라는 것이 있다. 원래는 외교 영역에서 협정', ‘의정서'를 나타내는 것이었는데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표준화된 통신규약으로서 네트웍 기능을 효율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협정을 가리키는 것이 되었다. , 통신을 원하는 두 개체 사이에 무엇을, 어떻게, 언제 통신할 것인가를 서로 약속한 규약을 프로토콜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TCP/IP’라는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다.


프로토콜을 잘못 설정하면 아무리 인터넷 선로를 잘 개설하고, 아무리 좋은 컴퓨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인터넷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컴퓨터들 사이에 주고받는 정보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여 의미의 전달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프로토콜' 설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의미의 누락, 혹은 왜곡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를 관찰할 수 있다. 북한이 쓰는 말, 정책, 행위들의 프로토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그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과학기술'이다.



북한에서 '과학기술'의 의미


북한에서 과학기술'은 단순한 자연 세계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노동력을 투입하여 가치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까지 뜻한다. 단순한 지식차원이 아니라 생산력' 차원의 과학기술을 가리키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최첨단’, ‘독창적인' 과학기술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생산현장의 생산능력을 키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발이나 자동차를 더 적은 비용을 들여서 더 많이, 더 빨리, 더 쉽게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을 더 강조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정책은 경제발전 전략의 핵심요소로 다루어진다. 그런데 북한 연구에서 과학기술의 이러한 측면은 간과되고 단순한 레토릭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이 IT기술을 강조한 것에서 생산현장의 자동화, 효율화를 위한 전략을 읽어내지 못하고 단순히 IT제품 생산을 위한 정책으로 간주한 것이나, CNC기술의 강조를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읽지 못하고 김정은 띄우기용으로 분석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 관련 다양한 행사 개최


2012년 10, 북한 전역에서는 다양한 과학기술 관련 행사들이 개최되었다. 18일에는 3대혁명전시관에서 23차 전국프로그람 경연 및 전시회가 개막되었고 23일과 24일에는 전국석탄공업부문의 과학기술발표회(순천지구청년탄광련합기업소)’가 개최되었다. 23일부터 26일 사이에는 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 평양종합인쇄공장에서 전국적인 주물부문, 인쇄부문, 기계공업부문 과학기술발표회와 현상모집들이 개최되었다. 24일부터 26일까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전국기초과학토론회가 진행되었다. 30일과 31일에는 평천구역연료사업소에서 전국땔감부문 과학기술현상모집,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전국전자공학부문 과학기술발표회에 이어 전국 금속 및 공구재료부문 과학기술발표회가 열렸다.


2012년 김정은이 보름여만에 언론에 등장하면서 컴퓨터 교육을 강조한 것과 2012년 10월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컴퓨터 교육과 기초과학교육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과학기술을 통한 생산력 발전의 측면에서 분석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