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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동향 브리핑(이대 통일학연구원)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 관련 뉴스들이 놓친 것 (1) (2010년 9월 27일 ~ 2010년 10월 3일)

지난 9월 28일 예고된 대로 제3차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작년부터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김정은이 ‘대장’ 칭호를 받고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출되었으며 처음으로 사진도 공개되었다. 아직 후계자로 지명되었다는 공식 발표는 어디에도 없으나 20대 청년이 노동당 최고위 간부로 지명되었다는 것에서 대부분의 뉴스에서는 그를 김정일을 뒤이을 후계자로 파악하고 열광(?)하였다.

문제는 이번에 공개된 김정은에 대해 남한을 비롯하여 미국마저도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정은이라고 공개되었던 어린 시절 사진 2장은 이번에 공개된 사진과 많이 달랐다. 특히 귀모양이 많이 달라, 성형을 하지 않았다면 과거 사진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사진일 확률이 높다. 또한 그의 생년에 대한 정보도 정확하지 않다. 다만 그가 외국 유학을 한 후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공부했고 포병학을 전공하였다는 정도만 북한 내부 문서가 공개되면서 알려졌을 뿐이다. 이처럼 김정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으므로 그의 행적을 살펴볼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김정은의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지, 그로 인한 북한의 노선이나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가 김정일의 아들이고, 김정일 또한 김일성의 아들이므로 북한의 최고지도자였으며 최고지도자가 될 것이라 예상되는 사람이 혈연관계라는 점만은 확실한 사실이므로 대부분의 관심이나 분석은 이것에 매몰되어 있다. ‘3대 세습’. 이는 또한 투표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상당히 낯설기도 하고 신기한(?) 것이어서 사람들의 주목을 더욱 끌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습이라는 측면말고 더욱 중요한 변화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일어났는데 대부분의 뉴스들에서 많이 다루지 않고 있다.

사실 대를 이어 한 국가의 지도가가 되는 사람이나 집안은 한국, 일본, 미국 등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선거’라는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그들의 혈연적 특징이 많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반면 김정은의 경우 객관적인 절차가 보이지 않으므로 ‘세습’이라는 말과 함께 상당히 선정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북한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논리적 정합성을 많이 따르고 강조하는 편이다. 최고지도자 1인에 의해 장기간 통치되고 있기 때문에 거의 개인적 취향으로 인해 임의성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논리적 연속성을 많이 따지는 편이다. 다만 체제의 독특함으로 인해 외부의 논리로는 정합성을 논하기 쉽지 않지만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논리체계나 이론에 대해서는 준수하려는 의지가 상당히 많다.

북한은 이미 한 번의 후계자를 선출한 경험이 있다. 이때의 경험을 정리하여 ‘후계자론’이라는 독특한 논리체계를 만들었고 이는 이후 주체사상의 체계 속에 들어가 사상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하였다. 따라서 두 번째 후계자 선출과정도 이 논리체계를 따라 전개될 것이라 예상된다. 아니 이 논리를 따라 김정은 후계자 선출과정이 전개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수집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흐름을 전혀 살펴보지도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현재 언론보도는 혈연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두 종류라 이야기할 수 있다. 수령과 지도자. 예전에 김일성이 생존했을 때 김일성과 김정일은 수령과 지도자로 구분되어 불리었다. 수령은 주체사상을 비롯한 일종의 사상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그런 사상을 가장 잘 체득하여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실제 북한의 지도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주체사상의 창시자는 김일성이지만 이를 정리하고 체계화시켜 논리적으로 다듬은 사람은 김정일이었다. 김정일이 세습이라는 비판을 넘어 후계자로 공식 지명될 수 있었던 것도 준비과정동안 보인 주체사상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충실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날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선군정치, 선군사상으로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김정일의 후계자는 주체사상을 이은 선군사상에 대한 이해를 넘어 심화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충실히 따르고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따라서 이번 김정은의 공식 등장을 계기로 최근 주체사상이나 선군사상이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를 살펴보면서 김정은의 흔적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선군사상이 어떻게 변화, 발전할 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이런 과정을 통해 북한의 정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이 논리적 합당함이 있어야 하고 특출해야만 정말 공식적으로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개정된 ‘노동당 규약’을 잘 살펴봐야 한다. 현 시점에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