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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동향 브리핑(이대 통일학연구원)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 관련 뉴스들이 놓친 것 (2) : 2010.9월 당대표자회 개최 연기 후 자강도를 현지지도한 이유 (2010년 10월 4일 ~ 2010년 10월 10일)

제3차 당대표자회 개최를 처음으로 공지한 6월 23일자 뉴스에는 개최 시기가 정확한 날짜로 나오지 않고 ‘9월 상순’으로만 되어 있었다. 그래서 9월에 접어들면서 국내외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언제 당대표자회가 개최될까에 대해 쏠려 있었다. 하지만 그 직전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수해 피해가 발생하여 정상개최가 어렵게 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개최 시기보다 개최 여부에 더 관심을 가지고 북한 언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9월 11일 경, 상순이 다 끝나갈 무렵까지 당대표자회가 개최되었다는 소식은 안 나오고 대신 김정일 위원장이 자강도의 ‘3월5일청년광산’을 현지지도하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졌다. 8월 말 중국 방문 직전인 7월 말에도 자강도 지역을 현지지도했던 김정일 위원장이 또 다시 자강도 지역을 현지지도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갖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장거리 여행으로 기력이 쇠락해져서 중국 방문 이후 평양으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자강도 별장에서 쉬고 있다는 의견, 7월 말 현지지도한 것을 이제 발표하고 있다는 의견, 수해 지역 위문 차원이라는 의견 등... 이런 저런 이유들을 내놓으면서 당대표자회가 연기된 것과 연결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9월 초 ‘3월5일청년광산’ 현지지도의 의미는 당대표자회가 끝난 직후인 10월 5일 로동신문 정론에서 드러났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방문한 ‘3월5일청년광산’을 강성대국 대문을 연 첫 번째 모범 사례로 거론한 것이다.

 3월5일청년광산은 자강도의 최북단인 중강군에 속한 구리, 금, 몰리브덴(스테인리스, 베어링 제조 원료)을 비롯한 비철금속(유색금속) 광산이다. 그것도 땅 속 얕은 곳에 묻혀있는 노천광 형태라서 개발 가치가 아주 높은 광산이다. 이곳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가장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자립노선의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한 자강도의 일부이면서 끊임없은 생산 혁신에 성공하여 가끔 언론에 오르내리던 곳이다.

2010년 9월에 광산촌을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은 ‘3월5일청년광산’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여기는 선군시대에 태어난 인민의 무릉도원이고 공산주의 선경이며 리상촌”이라고 하면서 최상의 기쁨과 만족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2008년 1월에도 이곳을 현지지도하면서 자력 발전하는 모범을 만들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당시 5~6년 기한으로 제시한 과제를 2년 만에 목표를 돌파하여 생산량을 3배 끌어올렸기에 이번에 더욱 극찬한 것이었다.

지난 2년 동안 ‘3월5일청년광산’은 노천 채굴장을 층층으로 전망성 있게 바꾸었고 채굴설비들의 대형화를 실현했다. 그리고 광석채굴로부터 운반, 마광, 선광 등 모든 생산공정의 ‘CNC화’가 실현되어 노동자들이 유해로동에서 벗어나 설비감시나 하면서 일을 쉽고 즐겁게 할 수 있게 바꾸었다고 한다. 게다가 원추파쇄기, 마광기, 선별기들은 밀폐되거나 제진장치가 부착되어 선광장에는 먼지 한 점 날리지 않게 바뀌었다. 2중으로 건설된 침전지는 물 오염을 방지하여 물고기가 살 수 있는 맑은 물만 압록강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강에서 퍼올려 선광장에서 쓰고 난 물은 다시 강으로 떨어지면서 자체 발전소를 가동시켜 전기를 발생시키게 되었다. 환경 문제와 에너지 재활용 문제까지 해결한 것이다.

이번 현지지도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생산공정의 현대화, 과학화에서는 물론, 환경조성사업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크게 자랑할만한 “표본광산, 본보기광산”이라고 하면서 모든 단위들에서 이들의 모범을 적극 따라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모든 면에서 여기는 “강성대국 리상촌”으로서의 체모를 완전히 갖추었다는 뜻이었다. 이에 지난 10월 5일자 로동신문은 “《백만점》리상촌이 펼쳐졌다!”는 정론 기사를 발표하였다. 이 기사에는 처음으로 “광산은 분명 강성대국의 대문 안에 들어섰다.”라는 완료형 문장이 쓰였다. 항상 2012년을 기점으로 강성대국 건설의 대문을 열겠다는 식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이야기하다가 그 목표를 완전히 달성한 모범이 창출되었다는 선언으로 바뀐 것이다.

‘3월5일청년광산’이 강성대국 대문에 들어선 첫 번째 모범으로 인정받았으니 이를 자세하게 분석하면 북의 경제발전전략과 실행과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보만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3월5일청년광산’은 대략 3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 우선, 최근 경제적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는 비철금속(유색금속)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는 점과 CNC기술을 비롯한 생산과정의 현대화, 과학화에 성공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혁신들을 한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속비약, 계단비약’이라는 말로 표현될 정도로 연속해서 혁신했다는 것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지난 9월, 김정일 위원장이 자강도로 현지지도를 나갔던 이유 중 하나가 2012년을 향해가는 길목에서 3차 당대표자회를 여는 만큼 강성대국 건설의 구체적인 성공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던 것이다.

 

<다음 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