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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동향 브리핑(이대 통일학연구원)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 관련 뉴스들이 놓친 것 (3) : 로동당 규약 개정 (2010년 10월 11일 ~ 2010년 10월 17일)

이번 당대표자회에 대한 관심이 약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이유 중 하나가, 당대표자회 개최 이유이자 의결내용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의견한 내용은 다음과 같은 3가지였다.

 

1. 김정일 장군님을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변함없이 높이 추대할 데 대하여

2. 조선로동당 규약개정에 대하여

3. 조선로동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이중 북한의 변화와 관련하여 의미가 큰 것이 2번이었다.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 있어서 노동당 규약의 변화는 국가의 전략적 노선이 변한 것과 같다. 아직 개정된 규약의 전문은 공개되지 않아 자세한 분석은 힘들지만 공개된 ‘서문’만으로도 중요한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이전 규약과 이번에 개정된 규약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자.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의혁명의 과업을 완수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이전 규약)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데 있다.”(2010년 당대회에서 개정된 규약) 

 

아주 중요한 특징이 보인다. 북한 사회의 최종 목표가 대폭 수정되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겠다는 목표가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사회주의 사회를 완벽하게 건설하겠다는 목표가 ‘강성대국’을 단지 건설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사상적 자신감의 강력한 표출을 대폭 누그러뜨린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이번 개정 규약 서문 전체에 반영되어 있다.

게다가 북한 노동당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공산주의 사회 건설”이 사라졌다. 대신 주체사상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자주성”을 명시적으로 거론하면서 주체사상을 더욱 강조하였다. "공산주의는 파악이 안 된다. 사회주의는 내가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말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남한과 관련한 내용도 이번에 많이 바뀌었다.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국주의 침략군대를 몰아내고 식민지 통치를 청산하며 그리고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기도를 좌절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남조선 인민들의 사회민주화와 생존권투쟁을 적극 지원하고 조국을 자주적 평화적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기초하여 통일을 이룩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투쟁한다.”(이전 규약) 

 

“조선노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책동을 짓부시며 사회의 민주화와 생존의 권리를 위한 남조선 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 성원하며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개정 규약> 

 

남한에서 미군을 몰아내는 것은 그대로 두었지만 내용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식민지 통치를 청산”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추상화시켜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내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남한을 적극 “지원”하는 것에서 한발 물러나 “지지 성원”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적화통일론’을 연상시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특이한 것은 일본에 대한 내용은 강화된 듯하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일본의 “재침기도를 좌절”시키자는 쪽이었는데 이번에는 “재침책동을 짓부시”겠다는 쪽을 과격해졌다. 도발을 못하게 막자는 것에서 행동으로 드러난 것을 적극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번 개정 규약 서문의 중요한 특징인 자신들의 목표를 현실 가능한 수준으로 낮춘 것과 함께 남한에 대한 개입의 정도를 줄인 것을 잘 살펴야 한다. 현재 막혀있는 남북 협력의 가능성을 넓히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