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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동향 브리핑(이대 통일학연구원)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진짜 이유는? (2010년 8월 30일 ~ 2010년 9월 5일 )

김정일 위원장이 100여일 만에 다시 중국을 방북한 이유가 뭘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다. 귀국 이후 중국과 북한의 언론보도에서도 제대로 된 이유가 설명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은 이런 저런 가설을 제기하였다. 김정은 후계구도를 설득하여 지지받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가장 많이 제기되었지만 이는 북중관계나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가설이었다. 그렇게 내정된 후계자가 이후 북한을 제대로 통치할 수 있을까?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동북 3성 개발 계획과 연계한 북중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함일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북 경로나 지난 5월 정상회담 합의사항, 최근의 북중 국경지대 개발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만을 위해 100일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했을까?

하지만 북중 경제협력과 관련한 문제는 5월 방중 이전에 큰 가닥을 잡은 상태였고 5월에 정상회담에서 처리할 일을 대부분 했을 것이라고 추정 가능하다. 그 사이 어떤 큰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베이징도 아닌 창춘에서 다시 북중 정상이 만날 만큼 큰일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 이유로 5월 방중 일정을 두 번으로 나누어 이번에 다시 방북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나름 합당하지만 석연치는 않다.

그렇다면 또 다른 측면, 즉 북한과 중국 정상이 만나서 처리할 다른 중요한 사항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나 후계자 문제 말고도 군사적 문제가 있다. 사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주변의 안보위기는 극도로 높아졌다. 한미 군사 훈련의 강도가 예전에 비해 대폭 강화되었고 앞으로도 이는 약해질 전망이 잘 안 보인다. 한미 군사훈련은 거의 매달 열릴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최근 북중 관계에서 군사적 문제가 거론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지난 1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중국군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였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새롭게 제기된 이야기이므로 정상회담 내용과 연관되어 있다고 추정가능하다. 이에 대한 기사에서는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대응 논리 정도로 분석하였는데 이를 경제적 관점, 혹은 북한의 경제발전전략과 연결해서 해석할 수도 있다.

현재 북한은 국방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경제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시행 중에 있다. 미사일과 핵무기 제조기술을 통해 보면 북한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적어도 국방부문에서는 아주 뛰어나다. 이것이 민수부문에서 활용되지 못하여 북한 경제가 낙후되었다고 판단하여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방공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앞선 기술을 민수부문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전략이다.

하지만 군수 산업의 민수 전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몇 가지 부대조건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군사적 위기가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사적 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있으면 민수 전환을 하고 싶어도 여력이 없어지게 때문이다. 그러자면 북미 관계 정상화가 필요한데 미국의 의사가 적극적이지 않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북한이 설정한 시간이 너무 짧다. 2012년이 이제 2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북중간 군사협력을 강화하여 기존의 국방에 대한 부담을 덜고 이렇게 확보한 여유를 민수로 전환하기 위한 결단을 내리고 이번에 급히 북중 정상회담을 요청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회담 장소나 방북 경로를 북중 군사협력의 역사를 간직한 항일무장투쟁의 사적지로 설정한 것도 회담 내용에 군사협력이 포함되었다고 예상해보게 한다.